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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직전’ 치누크 헬기 도입 논란,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2017.09.20

과도하게 노후돼 ‘호갱’ 수준 vs. 가성비 생각하면 아직 쓸만해
그간 투명하지 못했던 무기구매 과정에 대한 신뢰성 회복이 급선무


[보안뉴스 성기노 기자] 한국은 미국 무기업체들의 ‘봉’이라는 얘기가 있다. 굳건한 한미안보동맹이라는 이유로 한국은 웬만한 무기는 미국판로를 통해 들여오면서 생긴 속설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국방부에 따르면 2016년까지 지난 10년간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무기 구매액수는 무려 36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한해 예산이 40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이미지=iclickart]


상황이 이런 데도 우리는 매번 무기를 도입해올 때마다 미국의 ‘호갱’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제기한 문제의 치누크 헬기(CH-47D) 14대도 바로 이런 ‘호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우리 군이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의 지시로 과도하게 노후화된 14대의 중고 치누크 헬기(CH-47D)를 구매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 19일 “3년 전 1500억 원에 들여온 중고헬기 14대가 군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해당 헬기는 2014년 3월 우리 군에 인도된 치누크 헬기(CH-47D)로 주한미군이 50년 가까이 운용하다 신형 모델로 교체하며 잉여장비로 판매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의원은 과도하게 노후화된 해당 중고헬기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 지시로 인해 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됐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최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각 군 본부, 방위사업청,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군은 중고 치누크 헬기가 신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전시 전략 임무에 필요하다며 긴급하게 구매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 헬기들은 미군이 신형으로 교체하면서 ‘잉여장비’로 판단해 판매를 한 것이다. 말 그대로 미군에는 없어도 되는 장비인 것이며 이 구형 헬기는 한국군이 구매할 당시 생산된 지 45년 된 상태였다고 한다.

치누크 헬기는 D형 F형이 있다. 순서로 봐도 F형이 신형이다. 그런데 미군이 쓰던 D형을 F형으로 미군 스스로가 바꾸려고 한 것이다. D형을 도태시킬 때가 된 것이다. 그래서 F형으로 바꾸기로 하고 미군들이 쓰다 남은 D형을 한국정부에게 구매하라고 한 것이다. 김관진 당시 국방부장관이 그 구매 서한을 직접 보고 각 군별로 지시를 했다. 각 군에서는 장관 뜻이 워낙 분명해서 타당성 조사를 할 때 장관의 의중에 꿰맞췄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러나 도입된 무기가 구형이다 보니 항법장비, 생존장비 등의 도입 지연으로 3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임무수행은 제한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폐차직전 ‘고물’을 국방부장관 엄명에 의해 수입해놓고 그것을 수리하거나 업그레이드 하지 못해 그럭저럭 운용만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치누크 헬기의 한 대 가격은 58억원이고, 이를 운영할 부대까지 별도로 증설하는 등 사업비는 총 1500억원이 투입됐다.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새 장비도 아니고 중고를 구매하는 데 천억 이상이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 헬기는 지난달 합동참모본부의 회의에서는 성능 개량을 해도 수명을 담보할 수 없다며 개량 사업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기 바닥엔 방탄 설치가 제대로 안 돼 있고 제자리 비행 시에는 자동 기능이 없어 수동 조종을 해야 하고 계기판도 아날로그인 탓에 정보 확인이 쉽지 않다는 등이 이유가 달렸다. 더욱이 미군은 헬기 판매 1년여 만인 2015년 10월, 2018년 9월부터는 부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통보하면서 고장시 부품 확보도 쉽지 않게 됐다.

이쯤 되면 ‘호갱’ 수준이다. 이철희 의원이 더욱 분개하는 것은 “미군이 넘겨줬을 때는 쓸 만큼 쓰고 넘겨준 것이다. 미국 어디 가면 군 어디에 전시해 놓을 거다. 이걸 팔아먹은 거다. 기가 막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10월에 열릴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도 이 치누크 헬기 도입 사업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문제의 이 헬기 도입 배경을 두고 ‘적폐청산’ 차원에서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방사청 측은 “치누크 헬기 도입은 그 당시에 경제성, 효율성 등을 고려해서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하지만 그 배경에 권력 실세가 어른거리고 있다며 여당은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미국이 판매를 중단한다고 해서 마치 폐품 취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누크 헬기 D형을 쓰고 있는 국가들도 아직 많다는 것. 치누크 헬기가 군용이 아닌 민간용도 있기 때문에 주요 부품은 그곳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못 쓸 것처럼 얘기해서는 안 되고 중고를 구매한 만큼 ‘가성비’를 생각하면 운용관리상의 어느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베트남전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치누크 헬기는 지난 1956년 개발 계획을 수립해 1961년 9월 21일 시제기인 YCH-47A가 최초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보완작업을 거쳐 1968년부터 미국 육군에 인도돼 임무수행에 들어갔다. 치누크 헬기는 전시에 병력은 물론 대포, 보급품, 장비 등을 운송하는 역할을 하는 수송헬기다. 평시에는 화재진압이나 재난구조, 대규모 건설공사 등에도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기종이다. 치누크가 주목을 받은 것은 베트남전에서였다. ‘헬기 전쟁’으로 불렸던 베트남전에서 UH-1과 함께 큰 성과를 거두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보급된 중량급 헬기가 됐다. 이후 30년 이상 실전에 투입되면서 CH-47A형→B형→C형으로 발전했다.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 운용되는 D형은 A형에 비하여 엔진 출력이 2배로 강화되어 유효탑재량도 약 2배 증가했다. 우리가 도입했던 것도 D형이다.

치누크는 특히 해발고도가 높고 모래먼지가 많아 ‘헬기들의 지옥’이라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해 미군의 손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은 물론 인도네시아 쓰나미, 동일본 대지진 같은 재난 현장에도 투입돼 임무를 수행했다. 지금도 16개국에서 800여대가 운용되고 있다. 2006년에 등장한 F형은 부품과 시스템 성능을 높이고 운영유지비를 낮추는 데 중점을 뒀다. 2003년부터 D형은 단종됐고 미군은 그 뒤부터 F형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쓸모가 없어진 D형 14대가 한국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순식간에’ 넘어오면서 이번과 같은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 문제가 되는 치누크 헬기는 다목적 용도로 두루 쓸 수 있기 때문에 잘만 운용하면 ‘본전’은 충분히 뽑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 치누크 헬기를 둘러싼 의혹제기는 우리 방위산업의 어두운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그동안 무기구매 과정이 워낙 투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사업도 신뢰를 하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를 우리는 지금 겪고 있는 셈이다.
[성기노 기자(kin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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