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콘텐츠 관리 확실히 하라!” | 2017.09.29 |
콘텐츠 사전 검열로 이어질 가능성 우려...업체들도 불편
유럽연합은 자동화 기술 사용할 것 언급...실패 사례 충분한데 ▲ Power와 Delete 사이 [이미지 = iclickart] 유럽연합은 9월 28일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SNS 플랫폼을 보유한 기술 기업들을 겨냥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불법 콘텐츠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회사가 앞장서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불법 콘테츠에 대한 플랫폼 제공업체의 책임이 어느 정도나 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단체들은 이 가이드라인에 거센 비판을 퍼붓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 입장에서 ‘불법 콘텐츠를 가려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들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모든 나라의 법과 정서를 이해하고, 비슷한 사례들과 판례들을 조사한 후, 사용자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지워도 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는 건 사실 이들에게 국제법정 노릇을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 나라의 언어의 미묘한 용례까지 알아야하는 건 덤이다.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에 합법적으로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유럽인권재판소가 이렇게 명시하는 곳 중 하나죠. 유럽인권재판소에 의하면 표현의 자유에는 인구의 일부나 전부를 화나게 하거나 방해하거나 놀라게 할 자유까지도 포함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플랫폼 회사 입장에서 ‘우리가 보기에 헤이트 스피치’라고 쉽게 판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EU의 사법부 장관인 베라 유로바(Vera Jourova)의 설명이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독립 문제 역시 민감하게 이 ‘표현의 자유’ 문제에 발을 걸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10월 1일부터 카탈루냐의 독립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웹사이트들을 차단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1) 국가적 차원에서 다뤄야 할 주권과 영토 문제라는 시각에서 봤을 때 합당한 조치이지만 2) 실제 폭력적인 쿠데타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나라를 전복시킬 만한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닌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조치라고 볼 수도 있다. ‘SNS 상의 헤이트 스피치 및 불법 콘텐츠 제거’를 위해 EU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자동화 기술 등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동원해 지금보다 더 빠르고 즉각적으로 문제가 될 콘텐츠를 삭제하라는 것인데, 이게 말하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라서 문제다. EU 옵저버라는 유럽 매체는 한 EU 관리의 말을 인용하며 “스페인 정부의 웹사이트 차단 결정처럼 ‘쉽게 쉽게 해결하려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키는지 볼 수 있을 것이며, EU의 가이드라인 또한 비슷한 난관에 다시 봉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헤이트 스피치 등은 없어져야 하겠지만, 그것이 기술 기업들만 닦달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EU의 의지는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충분한 논의가 뒷받침 되지 않은 채 ‘차단’이라는 쉬운 선택을 했던 선례가 이미 충분하다. 작년 프랑스의 통신사인 오랑쥐(Orange)는 구글과 위키피디아를 테러 목록에 올려놓고 하루 오전 내내 차단시킨 적이 있다. 사유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기에 큰 논란이 있었다. 페이스북 역시 네이팜 폭탄 공격을 받아 9살짜리 베트남 소녀가 벌거벗고 도망가는 역사적인 사진을 아무런 맥락 없이 그냥 ‘벌거벗은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삭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해당 자료를 다시 복구시켰다. 유튜브는 네덜란드의 자유민주당원인 마리에티예 샤아케(Marietje Schaake)와 EU 무역사무관인 세실라 말스트롬(Cecila Malmstroem) 사이에서 벌어졌던 논쟁 영상도 갑자기 삭제한 전적이 있다. 그 이유에 대해 회사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어겼다”고만 했을 뿐 만족할만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과 전적이 있다 보니, EU가 기술업체에 헤이트 스피치를 자동화 기술로 빠르게 처리하라고 권고한다는 것에 공감하기가 힘든 것이다. 방금 언급된 마리에이톄 샤아케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콘텐츠를 걸러내는 권한을 기술 기업들에게 전적으로 부여한다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절차는 반드시 사전 검열로 이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제도나 문화는 유럽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독일 국회위원인 얀 필립 알브레히트(Jan Philipp Albrecht)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EU가 기업들을 옥죄는 게 아니라 엄청난 권력을 부여한 꼴입니다. 이제 헤이트 스피치나 불법 콘텐츠라는 게 그들에 의해 정의되고, 그 정의가 전파되겠군요.” 하지만 유로바는 조금 다른 견해다. 지난 주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서 페이스북과 구글 등 대형 기술 업체들을 방문해본 결과 “거의 대부분 웹 환경의 경찰권이나 사법권에 준하는 권력을 가져오는 것에 일말의 관심도 없어 보였다”며 “오히려 자기들이 결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불편한 느낌을 감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안전하고 깨끗한 온라인 공간을 만드는 일 자체를 위한 것이지 권력을 이동시키거나 권한을 제한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겁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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