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정보유출, 책임지는 문화 필요해 | 2007.04.03 | |
개인정보 유출, 美연방법원판례 뒤집고 위자료 지금 판결 박진식 변호사, 3차 소송 제기...위자료 액수가 관건
A사원은 메일발송 지시를 받고 고객 3만2277명에게 메일 발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고객 3만2277명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최종접속 일자가 표시되어 있는 명단 파일이 첨부된 상태로 메일이 발송된 것이다. 그는 즉시 발송을 멈추었지만 이미 3000여명에게 첨부파일이 전송된 상태였다. 단순 부주의로 넘기기엔 사태의 심각성이 너무 큰 사안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창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해진 민심을 제대로 건드린 사건이었다. 하지만 국민은행측은 실수였다는 반응 이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해구제책으로 제공한 정보도용차단 서비스도 무용지물이었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다시 회수할 수도 없는 상황. 정보유출 피해자들은 국민은행 이라는 거대 조직을 상대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엄연한 거대 조직의 횡포다. 그 많은 고객정보를 유출해 놓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국민은행측의 행동을 누군가 따끔하게 지적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진식 변호사(법무법인 넥스트로)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인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기업에서 고객의 정보를 유출하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에 일침을 가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집단소송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진식 변호사는 지난해 4월부터 국민은행을 상대로 1ㆍ2차 위자료청구소송을 준비했다. 유명 포털에 피해자모임 카페를 개설하고 소송을 원하는 피해자들을 모아 대리 소송을 제기했다. 1차로 유출 피해자 414명을 대리해 1인당 300만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 뒤 2차 소송은 유출 피해자 612명을 추가로 더 모집해, 이들 또한 각 300만원의 위자료를 국민은행을 상대로 청구한 바 있다. 단 이메일 주소만 유출된 피해자 2명은 각 100만원을 청구해 1차(414명), 2차(610명) 총 1,026명의 피해자가 국민은행을 상대로 30억7,400만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이에 국민은행측은 피고항변에서 “랙 현상으로 파일이 첨부된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피고의 과실이 없다. 또 약관에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은행의 개인정보보호 방침은 웹사이트에 게시한 자료일 뿐이며,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요건인 위법성이 없다. 그리고 유출로 인한 명의도용 등 현실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미국 연방법원 판례에도 유출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박변호사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아야 할 권리가 침해되었고, 이는 인격적 이익에 직접 관계되는 것이므로,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은 통상손해”라고 판결하고 1심에서 피해자 1024명에게 각 10만원, 이메일만 유출된 2명에게는 각각 7만원을 지급하라고 확정했다. 10개월이 걸린 소송이었다. 국민은행은 10만원 배상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고, 박변호사도 정신적 피해보상과 앞으로 발생할 수 있을 피해를 예상해볼 때, 10만원은 너무 작은 위자료라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또 현재 피해자 373명이 추가로 소송을 의뢰해 3차 소송도 준비중에 있다. 박변호사는 “정당한 위자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업의 무책임한 행동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리니지 사건을 통해 엔씨소프트도 고객정보를 지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다. 국민은행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개인정보에 대해 엄격한 법적용을 하는 미국에서도 조차 없었던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국민은행 변호를 담당한 김&장 법무법인에서는 미국의 판례를 들어 “과실에 의한 손해는 인정하지 않는다. 실질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적 피해는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와 같은 미국의 연방법원판례도 뒤집고 과실에 의한 정신적 피해도 보상을 해야 한다는 세계 최초의 판례를 만들었다. 박변호사는 “국민은행이 항소를 한다고 해도 승패의 대세는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 앞으로 3차 소송은 처음 300만원에서 좀 하향 조정해 1인당 100만의 위자료를 청구할 방침이다. 개인조정분쟁위원회에서도 개인정보유출 건으로 100만원 판결을 내린 경우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며 1ㆍ2차 소송 결과로 나온 10만에 대한 항소도 함께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373명으로 구성된 3차 소송은 약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대략 9~10월경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변호사측은 승소는 확신하지만 위자료 금액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국민은행측은 전화취재에서 즉답은 피했지만, 과실을 범한 해당 직원에 대해 내규 처벌규정에 따라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을 뿐 어떤 식의 처벌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직 개인정보보호법이 국회에서 계류중이지만, 민간에서부터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의나 과실로 인한 사고에 대해서도 정보유출에 대한 정확한 책임을 물어가는 문화가 하나하나 말들어져 나가고 있는 분위기다. 박변호사는 “사이버상의 개인정보 유출은 다시 회수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점이다. 또 그 정보들이 어떤 식으로 악용될지도 알 수 없다. 과실을 범한 기업에 합당한 코스트를 발생시켜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민권 기자(reporter21@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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