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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의 테러라이브-4] ‘소프트 타깃 테러’, 미국에서 시작된 용어이다 2017.10.26

‘소프트 테러’라는 미래사회의 파괴방식에 철저히 준비 필요

[보안뉴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 올해도 지구촌에서는 테러의 일상화로 공포와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파리와 런던, 벨기에 그리고 소말리아에서도 연이어 테러가 발생했다. 세계는 당분간 테러의 위협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제 중동을 넘어서도 테러의 안전지대는 없다는 게 지구촌의 현실이다.

[이미지=iclickart]


더구나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IS)를 무너트리려는 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지만, 쇠락한 ISIS가 사라지더라도 재기를 시도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국제적인 세력임을 과시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 테러 공격을 감행하는 식으로 영토 상실을 보상하려 한다는 전문가들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들은 이미 불특정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폭탄테러와 전통적인 내란 선동 방식으로 전술을 바꾸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최근 테러 양상은 하드 타깃에서 소프트 타깃으로 변하는 추세다. 전통적인 테러리스트들은 주요 정치인이나 군인, 정부기관 등을 공격하는 방식을 택하였으나, 이제 그 대상이 애꿎은 민간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외로운 늑대(Lone Wolf)와 같은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은 소프트타깃 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손쉽게 테러를 가할 수 있고 더 많은 공포감과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 타깃’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진보 지식인이자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가 1986년 이란-콘트라 스캔들에서 처음 사용했다. 1979년 남미의 니카라과에서 오랫동안 폭압정치를 펴온 소모사정권이 무너지고 좌익 성향의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이 자리 잡게 되자, 미국레이건 행정부가 나서서 우익반군 콘트라를 지원해 좌익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계획을 짜게 되고, 이 과정에서 미국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1986년 불법적으로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 대금의 일부를 니카라과의 우익 반군 콘트라에 지원한 사실이 폭로되었던 사건을 말한다.

당시 미국의 CIA는 반군에 대한 공격명분으로 콘트라 반군에게 민간 병원, 학교에 대한 공격을 지시해 많은 희생을 냈었는데, 이것을 보고 노엄 촘스키는 콘트라 반군의 공격이 저항할 수 없는 민간인을 희생양으로 한 ‘소프트 타깃’ 공격이라 말하면서, 미국 정부가 테러를 만드는 데 일조했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 계기로 이 용어는 점차 퍼지게 되었다.

그 후 이 개념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본격적으로 정립됐다. 아무런 위험이나 저항 없이 쉽게 테러를 자행할 수 있으며, 더구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파급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알카에다, ISIS와 같은 국제테러단체들이 주로 애용하지만,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목표로 하기도 한다.

9.11 당시 알카에다는 민간 항공기를 납치, 미국 전역에 동시 다발적인 테러를 자행했으며, 희생자 2,763명 중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구조소방관 등도 무려 3백여 명 이상이 희생됐다. 이 시기를 기준으로 테러의 방향은 민간인 및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소프트 타깃’ 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 테러방법의 가장 큰 특성은 희생이 대규모라는 점이다. 저항할 능력도, 반격할 능력도 갖추지 못한 일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예측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퇴근하는 일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예기치 못한 폭탄 테러가 이뤄진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프트 타깃’ 테러로부터 안전할까?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역시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두 가지가 이유이다. 첫 번째 이유는 ISIS(이슬람국가)와 같은 극단주의테러단체들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한국은 일찍부터 ┖십자군 연합┖ 62개국 중 일원으로 거론되며, 테러가 경고된 바 있다.

두 번째는 북한이다. 사실 최근의 핵개발 이슈로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북한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테러기술을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주도형 테러단체에 해당한다. 1987년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KAL기 폭파사건) 등을 비롯해 과거에도 민간인을 대상으로 여럿 테러를 저지른 바 있다. 특히, 북한이 언제든지 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여건과 능력을 갖춘 것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다.

더구나 최근 국제테러 양상은 국가 간 갈등을 넘어서서 비국가 행위자로 인한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중동과 이슬람권을 넘어서서 유럽과 동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일부 지역으로도 테러가 확산되고 있다. 2017년 상반기, 전체 596차례의 테러 공격으로 4,044명이 사망하는 등 테러의 빈도와 사상자수는 점증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범세계적 테러 확산의 한 축으로 ‘종교기반 급진주의’ 사상(religious radicalism)이 ‘폭력적 극단주의(violent extremism)’로 발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록 ISIS는 영토가 축소되는 등 궤멸을 앞두고 있지만, 오히려 위기감이 확장되면서 해외출신 지하디스트들(FTF)의 자국 유입으로 폭력 상황이 점증될 수도 있다. 실제 최대 규모인 120개국 40,000명 이상의 FTF들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적극 활동했다. 국제사회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테러양상의 변화는 매우 폭력적이고, 그 피해의 대상은 죄 없는 불특정 다수가 된다는 점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개인 등의 비국가 행위자들이 살상무기의 생산과 획득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사제폭발물의 제조와 차량을 이용한 돌진 테러는 테러리스트들이 좀 더 쉽게 폭력적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우리는 ‘소프트 테러’라는 미래사회의 파괴방식에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글_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호원대 법 경찰학부 교수(manjong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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