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판] 양자 컴퓨터 시대의 문 앞에서, 기대와 고민을 정리하다 | 2017.10.28 |
기존 컴퓨터로 해결하기 힘들었던 문제, 드디어 해결되나...암호 크래킹도?
모든 기술은 ‘자체 발전’과 ‘안전한 적용’ 문제 동시에 진행해야 ![]() [이미지 = iclickart] 확실히 양자 컴퓨터들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존 컴퓨터들보다 빠르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그렇기에 기존 컴퓨터들로는 풀 수 없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며, 기존 컴퓨터들로는 하기가 어려웠거나 너무 느려서 문제 해결의 의미가 없거나 이론상으로만 가능했던 모든 것들이 양자 컴퓨터로 해결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인텔에서 양자 하드웨어를 책임지고 있는 짐 클라크(Jim Clarke)는 이렇게 말한다. “양자 컴퓨팅은 물리의 가장 근본적인 법칙들까지도 도전을 해가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 질병이 어떤 식으로 생겨나고 퍼지는가, 어떤 성분의 약이 있어야 그 질병을 고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같은 문제들 말이죠.” 그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런 문제를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해결해볼 수 있는 게 양자 컴퓨팅입니다. 양자 시스템이 상용화되기 시작한다면 화학 분야에서는 자연을 그대로 시뮬레이션 해서 여태까지 우리가 몰랐던 재료나 물질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물성 물리학과 분자 모델링에도 혁신적인 발전이 있을 겁니다. 이산화탄소를 격리시키기 위한 새로운 촉매제라든가 어떠한 경우에도 실온을 유지하는 초전도체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운영과 업무 프로세스의 최적화를 한 단계 올리고,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과 같은 기술들의 향상에 추진제를 달게 할 것이며, 암호학은 지금 기술이 원시적으로 보일 만큼 혁신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딜로이트(Deloitte)의 상무이사인 데이비드 슈앗스키(David Schatsky)는 “이 모든 기대치를 한 번에 모아 요악하자면 ‘최적화된 문제 해결’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정리한다. “우리가 가진 문제들에는 다양한 답들이 가능하고, 우리는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합니다. 그게 어려운 일이죠. 투자를 어디에 해야 하는지,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리스크는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 통신 시스템과 운송 시스템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등이 바로 이런 ‘문제들’입니다. 물류 전문가들은 운송 문제에 대한 최적의 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고, 국방 산업은 통신의 최적화를 항상 고민하죠.” 양자 컴퓨팅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리학 분야에서만 진행되는 실험의 일환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 ‘제한된 선입견’이 해소되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슈앗스키는 “불과 지난 3개월 동안만 해도 엔지니어링 기술에 큰 변화가 있었고, 그에 따른 양자 컴퓨팅 상품화 전략도 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다 밀접하게 이 환상의 기술을 접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IBM과 양자 컴퓨터 시승해보기 양자 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는 건 “양자 컴퓨터를 책상 위에 일반 PC처럼 놓고 쓰는 시대가 당장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양자 컴퓨터를 직접 접해보고 만져볼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다. 다만 평범한 인터넷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맛보기가 가능하다. 클라우드를 통해 IBM의 5 퀀텀비트(큐비트라고 한다) 컴퓨터와 16 큐비트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IBM은 양자 컴퓨팅 시스템을 상용화한다는 목적으로 IBM Q를 발표했다. 두 개의 양자 컴퓨팅 프로세서들을 구축하고 실험했으며, 일반 대중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는 내용이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IBM은 16 큐비트 시스템은 일반 대중들을 위해서, 17 큐비트 컴퓨터는 IBM 고객들을 위해서 마련했다. 그리고 IBM은 네이처지를 통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과학자들이 7 큐비트 프로세스를 사용해 베릴륨 수소화물(BeH2)의 분자 구조 문제를 풀어냈다는 것이었다. 이는 현재까지 양자 컴퓨터를 사용해 시뮬레이션에 성공한 가장 큰 분자다. “양자 컴퓨팅은 지금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발전 속도가 어마어마합니다.” IBM의 양자 컴퓨팅 기술 전략 부문을 담당하고 있으면서 CTO인 스캇 크라우더(Scott Crowder)의 설명이다. “수백 혹은 낮은 범위에서의 수천 퀀텀비트 프로세서를 갖출 수 있다면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사업 가치 관련 문제들을 탐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자 화학 등 특정 분야의 최적화 문제를 말합니다. 무엇보다 ‘기하급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큰 도움을 얻으리라 기대합니다.” ‘기하급수적인 문제’란 문제와 관련된 변수나 요소가 하나 둘 늘어날 때마다 문제 자체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50개의 지역을 순회한다고 했을 때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짜는 것은 복잡한 문제가 된다. 순회의 목적, 경로의 특성, 장애물 유무 등 수백~수천 개의 요소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별거 아닌 문제 같지만 1000조 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하기가 힘듭니다.” 크라우더의 설명이다. 인텔도 뛰어들다 인텔의 경우 2015년 네덜란드의 큐텍(QuTech)이란 학술 기관과 손을 잡았다. 그로부터 여러 가지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통합 극저온 CMOS 통세 시스템을 위한 주요 서킷 블록 개발, 인텔의 300mm 프로세스 기술에 장착될 스핀 큐비트(spin qubit) 제작, 초전도 큐비트를 위한 고유 패키징 솔루션 개발(이는 올해 10월 10일 17 큐비트 초전도 테스트 칩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10월 17일 라구나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 D.Live 컨퍼런스에서 인텔의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는 “2017년 말까지 49 큐비트 양자 칩을 출시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용화 된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필요한 도구이면서 인텔의 최종 목표를 이뤄낼 그런 기계 말입니다.” 그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인텔과 큐텍은 큐비트 단위의 기기들로부터 전체 하드웨어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애플리케이션, 양자 컴퓨터용 주변 기기에 이르기까지 그야 말로 양자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생산 라인 및 제품군을 차곡차곡 쌓아갈 계획이다. “양자 컴퓨팅은 본질적으로 ‘병렬 컴퓨팅’의 궁극적인 형태입니다. 또한 기존 컴퓨터로는 풀 수 없었던 모든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가능성까지 가지고 있죠.” 하지만 핑크빛 희망만 가득한 건 아니다. “그러한 단계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많습니다. 뛰어난 과학 기술, 고급 엔지니어링 기술, 전통적인 컴퓨팅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인텔도 이걸 전부 혼자 할 수 없어 여러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R&D 프로그램을 여러 가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암호학 및 기타 위협들 ‘양자 컴퓨터가 현대의 암호화 기술들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다. 예를 들어 브루트포스 공격이라면 어떨까? 브루트포스 공격이란 해커들이 비밀번호를 계속해서 추측해서 대입해보는 행위를 말한다. 마치 인디언 기우제처럼 될 때까지 모든 가능한 조합들을 맞춰보는 것인데, 컴퓨터를 사용해 시간을 단축시킨다. 현대 컴퓨터를 동원해도 이 공격이 어느 정도 가능한데, 양자 컴퓨터가 있으면 브루트포스 공격이 더 쉬워지는 것 아닐까?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에서 양자 표준 작업 그룹(Quantum Standards Working Group) 의장을 맡고 있는 윌리엄 헐리(William Hurley)는 “사실상 현대의 모든 보안 프로토콜들이 양자 컴퓨터의 공격에 취약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신 양자 컴퓨터의 공격에도 끄떡없도록 정보를 보호해주는 ‘양자 정보(quantum information)’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양자 원리를 활용하지 않아도 양자 컴퓨터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보안 프로토콜을 새롭게 마련하려는 노력들도 진행되고 있다. 헐리는 “양자 컴퓨터로도 풀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어려운 수학 문제를 동원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방법론을 ‘Quntum-ibmSafe 암호학’ 혹은 ‘후기 양자 암호학(Post-Quantum Cryptography)’이라고 합니다.” 또한 IEEE의 양자 표준 작업 그룹은 양자 센서나 양자 재료 등 다른 부분의 양자 기술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에는 물리학자, 화학자, 엔지니어, 수학자, 컴퓨터 과학자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동원하는 이유는,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연구 결과를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적용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 ‘연구 결과를 적용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딜로이트의 슈앗스키는 지목한다. “합성 생물학과 유전자 편집 기술은 그 자체로도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해서 활용해야 할지 아직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양자 컴퓨터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적용할 것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발전만 꾀한다면 이 역시도 우리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양자 컴퓨팅, 항상 주시해야 양자 컴퓨팅은 현재 빠르게 진행 중에 있다. 그러니 양자 물리학에 일가견이 있거나 양자 컴퓨팅 엔지니어링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이상, 이 ‘적용 문제’를 지금부터 고민해보는 게 대부분의 우리들에게는 현실적인 방향이다. 심지어 아직 아무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문제이니, ‘양자 컴퓨팅으로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이어나가도 괜찮을 듯 하다. 분명한 건 다양한 산업이 양자 컴퓨터의 등장으로 크게 변모한다는 것이다. 양자 컴퓨터는 전통적인 컴퓨터들을 대체할까? 마치 주판과 계산기가 컴퓨터로 대체되고, 손목 시계와 사진 현상소가 스마트폰에 잠식됐듯이? 아니면 양자 컴퓨터는 양자 컴퓨터대로, 기존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대로 각각의 길을 걸을까? 지금 시점에서의 가장 유력한 가능성은 두 가지가 공존하는 미래다. 각자가 ‘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하며 양자 컴퓨팅의 적용 문제를 고민해보기를 권장한다. 1) 양자 컴퓨터에서 가장 각광 받을 ‘킬러 앱’은 무엇일까? 2) 양자 컴퓨터 기술을 실험해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 3) 난 어떤 양자 컴퓨터를 가지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언급했듯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아무도 모른다. 서로가 생각을 충분히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에 나온 ‘양자 컴퓨터의 정의’를 인용해보고자 한다. “양자 컴퓨터의 중심에는 퀀텀 비트 혹은 큐비트가 있다. 큐비트란 현대 컴퓨터의 0과 1에 해당하는 것으로, 양자 컴퓨터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다. 그러나 큐비트는 기존 컴퓨터의 비트보다 훨씬 강력한데, 그 이유는 두 가지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한 가지 값으로 1과 0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으며, 양자 중첩성이란 현상 덕분에 다른 큐비트끼리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에 비해 많은 ‘지름길’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특정 계산식에서는 기하급수적으로 빠른 속도를 보인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Copyrighted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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