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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조승희 폭력성 지적하며 폭력문화 양산하나 2007.04.20

“언론이 확대재생산하면, 포털은 가장 선정적인 것 골라”


이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 정신질환에 의한 이상행동, 알카에다 등 자살테러 단체, 폭력게임, 폭력영화, 다큐멘터리, 총기난사사건….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을 두고 나온 분석이다. 처음에는 이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인한 치정사건으로 간주했으나 점차 폭력게임으로 인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폭력적인 게임과 영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의 총기제도나 여전히 인종차별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편파적인 미국의 문화, 이민·유학생들의 고충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안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건이 나올 때 마다 하는 이야기의 반복이다.

 

사건이 벌어진 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또 폭력게임 어쩌구 하면서 게임 마니아들을 물고 늘어지겠군”이라는 댓글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이들의 ‘예언’이 적중해 다음날 각 신문과 방송에는 전문가들을 총 동원해 폭력적인 게임과 영화, 드라마 등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몇몇 신문은 이번 사건과 연결해 폭력게임에 중독돼 있는 청소년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고 “미디어 등을 통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문화를 접해 민감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의 폭력성을 비판하기 전에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문화를 만들어온 이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 씨와 관련된 언론보도를 보면, 조 씨가 정면을 향해 겨눈 총이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조 씨가 쏟아 놓은 저주에 가까운 언어를 그대로 방송하거나 지면에 옮겼다.


조 씨 부모가 자살했다거나 조 씨 어머니는 어릴 적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가감 없이 보도했다. ‘조 씨와 너무 다른 성격의 누나’라며 누나의 이름과 출신학교,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예전 경력들을 상세히 알리면서 조 씨 가족에게 2차, 3차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


조 씨의 고등학교 동창을 찾아낸 것은 물론이고, 조 씨의 조부모, 친척을 찾아 인터뷰하고, 조 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가기 전 살던 집주인까지 찾아냈다. 마치 조 씨 가정이나 주변에 있을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내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조 씨가 폭력적인 게임을 즐겼다는 근거가 ‘침착하고 훈련을 받은 듯 총기를 다뤘다’는 증언 뿐”이라며 “한 군인의 무장탈영에 평소 폭력적인 게임을 즐겼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대대적으로 나왔던 것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은 작은 증거를 확대 재생산해 온갖 음모론을 만들어낸 후 이것이 사실인 양 떠들어대고, 포털은 언론이 만들어낸 음모론 중 가장 선정적인 것을 골라 이용자에게 공급한다. 이것이 진정한 폭력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게임과 영화, 드라마의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언론과 포털이 사회현상을 접근하는 방법 자체에 폭력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 진중하게 반성해야 할 때이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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