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핵심기술 중국유출시도 적발사건 | 2009.01.11 |
기술유출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운 걸 \r\n\r\n
공항의자에 앉아 초조하게 손목시계를 바라보던 이철구(가명·33세)는 그때서야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그를 배웅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다. 낡은 서류가방을 손에 든 양석준(가명·35세)은 공항 게이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r\n“이철구 씨 맞으시죠? 검찰에서 나왔습니다.” \r\n순간 양석준이 들고 있던 서류가방이 ‘덜커덩’ 소리를 내면서 땅에 떨어졌다. 온몸에 힘이 빠진 듯 힘없이 주저 앉은 양석준의 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r\n거래 \r\n“형, 진짜 간단한 일이에요.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그리 뜸을 들이세요.” \r\n과거 군대에서 알게 된 후배 이철구는 일주일 넘게 부탁을 계속했다. 이철구가 부탁한 일은 그의 말대로 간단한 것이었다. 양석준이 다니는 A자동차 회사의 사내 컴퓨터에 있는 ‘신차 품질보증 시스템’과 ‘금형공장 설비배치도’를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고 규정에 저촉되는 일인지 양석준도 모를 리는 없었다. \r\n하지만 이철구가 제시한 수당에 비교한다면 A자동차 회사에서만 7년째 근무하면서 회사의 보안 시스템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에게 이 정도 자료를 빼내오는 일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졌다. \r\n“너 내가 만약 그 자료를 건네주면 네가 약속한 수당을 확실히 줄 수 있다는 거냐?” \r\n“아 그럼요, 형 제 성격 알잖아요. 완전 의리로 똘똘 뭉친 거.” \r\n양석준은 눈을 똘망거리며 진지하게 대답하는 후배 이철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r\n식은 죽 먹다 \r\n“양석준 씨 점심 먹으러 안가?” \r\n연구실 동료들이 점심시간이 되자 옷을 입으면서 물었다. \r\n“오늘은 좀 입맛이 없네요. 먼저들 다녀 오세요.” \r\n양석준은 짐짓 태연한 척 하며, 기지개를 켰다. 동료들이 모두 나가자 A연구실은 양석준만이 남게 됐다. \r\n“그럼 어디 슬슬 작업을 시작해볼까?” \r\n가방에서 USB 메모리를 꺼낸 양석준은 같은 부서 김호철(가명·33세)의 자리에 앉았다. 잠시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던 그는 메모리를 꽂은 채 뭔가를 다운받았다. \r\n“됐어,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군.” \r\n그리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그는 이메일을 연 뒤 후배 이철구에게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냈다. \r\n‘네가 부탁한 자료 지금 첨부파일로 보냈다. 확인해봐라.’ \r\n상황 종료 \r\n이철구는 양석준에게 받은 자료를 이용해 중국의 C자동차 회사에게 맛배기(?)만 볼 수 있도록 소량의 정보만 보내줬다. 자신이 이런 좋은 자료를 갖고 있으니 자신을 이사급으로 채용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답변을 기다리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C사에게 OK라는 확답을 받았다. 단, 나머지 갖고 있는 자료를 실수 없이 중국으로 갖고 온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말이다. \r\n이철구가 양석준으로부터 입수한 기술은 A사의 25년 노하우가 그대로 축적된 자료로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은 기술일지 모르지만 자동차 업계 사이에서는 일급기밀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이었다. \r\n하지만 이철구가 중국으로의 출국을 준비하며 들뜬 마음을 가다듬지 못하고 있을 즈음, 양석준은 국정원의 수사망에 포착돼 이미 체포된 뒤였다. 메일을 통해 자료를 전달한 것이 화근이 돼 발각된 것이다. 그 뒤 수사관들이 공항에 배치됐고,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이철구는 현장에서 체포될 수밖에 없었다. \r\n\r\n \r\n ▲ A사의 이번 기술이 모두 중국에 유출됐을 경우 \r\n2010년까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만 4조 7,000억원의 시장잠식이 예상될 뿐 아니라, 중국 자동차 회사의 기술력 축적에 따른 시장잠식으로 세계시장에서는 22조 3,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됐다. \r\n또한, 자동차관련 기술이 현재 우리와 5~7년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2010년에는 1.5년 이내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r\n▲ 국내 자동차 업계의 허술한 보안 시스템 또 다시 드러나 \r\n같은 사무실, 사내 동료라 할지라도 마음대로 타인의 컴퓨터를 볼 수 있다는 것, 덧붙여 USB 메모리 등과 같은 간단한 저장장치만으로도 쉽게 자료를 유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국내 자동차 업계의 보안 취약점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r\n\r\n 글 김 용 석 기자(sw@infoth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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