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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배터리기술 유출사건 2009.02.02

“아, 진짜 열 받아서 못해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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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우(가명·40세) 이사가 책상을 ‘탁’ 치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런 장 이사의 행동에 부하직원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만 뚫어져라 응시했다. 다혈질적인 성격의 장 이사라 이런 일에는 모두 이력이 나있었지만, 이번 승진에 장 이사가 누락되자 모두들 숨을 죽이고 있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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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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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우 이사가 근무하는 A기업은 휴대폰 배터리를 전문적으로 개발·생산하는 업체다. 알다시피 배터리는 휴대폰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부품. 하지만 갈수록 슬림화된 휴대폰들이 인기를 얻고, 또 대용량 배터리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부담감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배터리 제조기술은 중요한 산업기술로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그 가치도 높아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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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우 이사의 스트레스는 어쩌면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른다. 그는 A업체가 새로운 연구 인력과 인재들을 추가로 영입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낙오되기 시작했다. A업체에서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장현우 이사에게는 그런 회사의 선택이 자신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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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인재들이 하나둘 자신의 자리를 꿰차기 시작하고, 또 그보다 높은 대우를 받자 그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번 승진에서 또 다시 좌절하자 그의 위기감은 극에 달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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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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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넘도록 회사에 몸 바쳐 일했는데, 늘어난 건 주량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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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우 이사는 술잔을 기울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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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그만 드세요. 이미 많이 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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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가명·34세) 연구원이 급히 장 이사를 제지했다. 이상우 연구원은 장현우 이사의 대학 후배로 장 이사와는 둘도 없는 선후배 사이였다. 이 둘의 술자리는 이상우 연구원도 최근 회사의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던 터라 만들어진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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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그만 드세요. 선배님만 괴로운 게 아닙니다. 저도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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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이 장 이사의 팔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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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에 회사에서 가장 많은 인원 충원이 있었던 부서가 바로 연구부서지 않습니까? 회사에서는 뭔가 실적을 요구하는데, 그것이 쉽지는 않고…. 또 기술개발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닌데 회사는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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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도 많이 힘들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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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장 이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의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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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현재 우리 회사가 보유한 기술만 하더라도 다른 업체들은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보유한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하지만 회사는 그런 우리들의 공적을 전혀 인정해주지 않으니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차라리 이럴 바에 내가 나가서 다른 회사를 차리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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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뭔가 골똘히 생각한 장 이사가 어렵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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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가서 독립하는 방법이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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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끝 행복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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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은 이렇게 시작됐다. 장 이사가 맡은 부분은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 노하우와 파트너 업체들과 관련된 영업관련 리스트였다. 그리고 이상우 연구원은 제품생산 기술에 따른 기밀사항을 빼내는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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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은 각각 회사에서 어느 정도 높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자료를 빼돌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장현우 이사는 직원들이 전부 퇴근한 시간을 노려 자신의 컴퓨터에 담겨져 있는 관련 비밀문서를 USB 메모리에 저장하면 그만이었다. 또한, USB 메모리의 용량이 부족해 더 이상 저장할 공간이 없을 경우 인터넷 웹하드에 저장하는 방법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우 연구원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자신의 연구자료를 빼돌릴 수 있었다. 이들은 A업체가 보안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을 노려 이렇듯 대담한 방법들을 동원해 기술유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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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장 이사와 이 연구원은 그들이 원하는 모든 자료를 취한 후, 사직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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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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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큰 웃음을 터트리며 A업체의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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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소용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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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우 이사와 이상우 연구원이 설립한 B사는 빠른 시간 안에 업계에 정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 기술자료와 영업자료가 모두 구비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들이 몸담았던 A업체의 기술을 갖고 A업체의 협력사들에게 값싼 가격에 제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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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업체의 파트너사 중 하나가 A업체의 기술과 너무나 흡사한 B사의 휴대전화 배터리를 보고 A사에 이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다. A사는 즉각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은밀히 수사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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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망이 좁혀오자 장현우 이사와 이상우 연구원은 해외로 도피를 시도하다 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수사결과 이들이 빼돌린 산업기밀은 A사의 연구개발비와 향후 판매손실 등을 합쳐 3천 7백억여 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A사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피해에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만일 A사가 외양간의 울타리를 조금만 높이 세웠더라도 외양간의 소를 잃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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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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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보안 시스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건에 처해 있다. 그러나 실제 기술유출의 피해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많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이런 상황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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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의 부당한 처우는 직원들로 하여금 기술유출을 떠올리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공정한 인사정책과 직원들의 이해를 얻기 위한 회사 측의 노력도 기술유출을 예방하는 한 가지 방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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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 용 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