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제품정보


전자여권, 지문정보 빼고 도입되다 2009.05.26

글 | 김 용 석 기자

\r\n

\r\n

최초의 전자여권 도입논의는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11 테러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미국은 ‘비자면제 프로그램(VWP)’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는데, 여기서 비자면제 프로그램이란 미국 법에서 지정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하면, 미국 정부에서 지정한 국가의 국민들이 최대 90일간 비자 없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제도다.

\r\n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미국이 제시한 입법적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그 요건중 하나가 바로 국제적으로 승인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컴퓨터 처리가 가능한 전자여권이었다.

\r\n


\r\n

프라이버시 침해, ‘또’ 발목잡다

\r\n

전자여권은 범죄행위 방지방안의 하나로 여권의 보안성 강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에 따라 얼굴과 지문정보 등이 전자여권 내에 삽입되었는데, 이때 얼굴정보(사진)는 필수사항이지만 지문 및 홍채정보는 필수사항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r\n

따라서 2007년 12월 전자여권을 채택한 40여개 국가 중 지문정보를 수록하고 있는 국가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 등을 포함한 4개국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전자여권에 지문이나 홍채정보를 도입하려는 국가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의 회원국은 보안성 강화를 목적으로 2009년 6월부터 전자여권에 지문정보를 수록할 예정에 있고, 이에 따라 다른 국가들도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r\n

이런 세계적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는 2006년 4월 범정부 차원의 ‘전자여권추진위원회’를 설치, 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보안성이 강화된 전자여권을 도입하기 위해 지문정보를 삽입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바이오인식 업계는 그동안 전자여권과 관련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으며, 해외 바이오인식 업체들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많은 투자를 단행했다.

\r\n

하지만 올해 3월 관용여권과 외교관여권을 대상으로 시범 발급된 전자여권에서 약속했던 지문정보 수록이 빠지더니, 8월 전면발급이 시작된 전자여권에서도 지문정보는 수록되지 않았다. 이유는 시민단체가 내세운 ‘프라이버시 침해’우려 때문이었다.

\r\n


\r\n

‘선점’의 싸움에서 밀리다

\r\n

현재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본인인증 강화를 위해 전자여권에 지문정보를 수록하는 것은 2010년 1월 1일 이후로 유예가 된 상태다. 하지만 유예라는 것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바이오인식 업계는 이마저도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태다. 즉, 한번 어긴 약속, 두 번은 못 어기겠느냐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r\n

바이오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최초 시행하기로 했던 전자여권 내 지문정보 수록 약속을 어긴 것은 둘째치더라도 언젠가 지문정보를 도입할 생각이라면 굳이 지문정보 수록을 뒤로 미룰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r\n

전자여권에 지문정보 수록이 미뤄지면서 발생하는 피해는 비단 바이오인식 업계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8월부터 도입된 전사식 전자여권과 정부의 두 번째(?) 약속에 의해 도입될 예정인 지문정보가 수록된 전자여권, 그리고 2005년 9월 이전에 도입된 사진부착식 기존 여권이 혼용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약 1,000억 원 이상의 국내 시장규모를 형성하며,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인식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r\n

바이오인식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어떤 산업이든지 ‘선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전자여권과 관련한 지문인식시장에서 국내 업계는 후발주자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이로 인한 피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내년 6월부터 전자여권에 지문정보를 수록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지문정보가 수록된 전자여권 시장에서 국내 업계는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r\n


\r\n

결과적으로 봤을 때 전자여권 도입으로 국내 바이오인식 업계가 발전할 것이라는 그동안의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에 그치고 만 형국이다. 물론 차후에 지문정보가 수록된 전자여권이 도입되고 관련 시장이 조금 더 활성화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 현재로써는 그것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r\n


\r\n

“국내 지문인식기술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으로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업계는 계속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r\n

“바이오인식 업계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자여권에 반드시 지문정보가 삽입되어야 하는데, 약속을 어긴 정부의 발표가 서운할 따름입니다.”

\r\n

“바이오인식 업계와 함께 오랜 시간동안 기술검토 작업을 벌일 때는 가만히 있던 정부가 올해 초 몇 번 시행된 시민단체와의 공청회만으로 태도를 180도 바꿔버린 것을 보고 서운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r\n


\r\n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기자에게 하소연하듯 쏟아낸 바이오인식 업계의 볼멘 목소리가 많은 것을 시사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