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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의 문화는 정보보호 문화” 2007.05.11

[인터뷰]이각범 정보문화포럼 의장


얼마 전 발생한 박지윤·최동석 아나운서 미니홈피 비공개 사진 유출 사건은 연예인의 사생활 정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수준을 나타냈을 뿐 아니라 언론·포털 사이트 등에 의한 정보의 확대·과장·왜곡 실태를 그대로 보여 준 사건이 되기도 했다.


사진 속의 두 아나운서는 연인의 다정한 모습이었지만 언론은 유출된 사진을 교묘하게 편집하고 ‘X 아나운서의 흐트러진 사생활 유출’ 등 선정적인 제목으로 보도했다. 포털은 이 중 가장 자극적인 사진과 제목의 기사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사건이 확대, 재생산 되도록 했으며, 이를 다른 언론이 또 다시 받아가고, 네티즌의 부지런한 ‘펌질’을 유도했다.


“문화의 발달이 기술의 발달을 이끌지 못해”


“문제는 기술적인 의미에서 네트워크는 발달했지만 이를 만들어가는 문화는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IT 전략연구원장인 이각범 한국정보통신대학교 교수의 말이다. 디지털 시대의 기술은 광속으로 발달하고 있지만, 이 시대를 이끌어 가야 하는 문화는 여전히 20세기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하지만 네트워크 세상을 대변하는 문화는 매우 저급한 현실이다. 디지털 시대의 문화는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하며, 지성적이고 고급스러운 흐름을 이끌어가야 한다.”


이각범 원장은 “디지털 시대의 문화는 정보보호 문화”라고 강조하며 “안티 해킹, 안티바이러스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정보보호는 만큼 뛰어난 기술을 가졌지만 기술의 근본이 돼야 할 ‘마인드’는 매우 허술하다”고 말했다.


박지윤·최동석 아나운서의 사생활 사진이 유출됐을 때 디지털 문화가 제대로 정착됐다면 네티즌이 이를 곳곳으로 퍼 나르면서 집단 관음증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이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포털이 가장 ‘섹시한’ 것만 골라 전면에 배치하면서 네티즌을 부추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비난하고 경계하며 자제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다면 악플로 상처받고 자살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사생활 유출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있다.


“정보보호는 네트워크 시대의 문화다. 정보보호 문화는 정보화 촉진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환경이다.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정보보호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정보문화 포럼, 건전한 정보통신 문화를 만들 것


이각범 원장은 지난 2일 창립한 ‘정보문화포럼’의 의장으로 취임했다. 정보문화포럼은 네트워크 환경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창립됐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함께하는 이 포럼에서는 매달 정기적인 세미나를 통해 사이버 폭력 등 각종 사회이슈를 공론화 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미나를 통해 도출되는 과제에 대해 회원들 사이에서 심층적인 연구를 하고 전 사회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캠페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포럼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활동 내용과 겹쳐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윤리위가 사이버 상에서 잘못된 행동을 발견하고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면, 포럼은 건전한 정보통신 문화를 만들기 위한 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각범 원장은 덧붙여 “윤리위가 온라인의 문제를 온라인 적으로 풀어간다면, 포럼은 온라인의 기술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 내재된 폭력성을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해 ‘치료’하는 것이다.


정책 구상, 광고·캠페인 마련, 포털·언론 통한 확산

3박자 맞도록 할 것


네티즌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포털사이트 주도로 바람직한 댓글달기 운동, 아름다운 글 퍼 나르기 운동, 건전한 토론하기 운동, 민주적인 사고하기 운동. 네티즌의 놀이터가 되는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이 운동에 동참할 것을 유도한다. 사이버 침해사고에 네티즌의 강력한 힘을 동원해 이러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든다.


이각범 원장이 구상하는 정보통신 문화 만들기의 방법이다. 고리타분하고 따분하게 들리지만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네티즌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포럼에 참여하는 인사의 면면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광고계의 아이콘인 문예란 웰컴 대표와 김문조 고려대학교 교수, 주요 포털사이트의 임원, 주요 언론사 간부 등이 이 포럼에 참여한다.


즉, 김문조 교수를 비롯한 학자들이 심도 깊은 연구를 통해 정보문화 창달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면, 문예란 대표를 비롯한 광고 전문가들이 신선하고도 강력한 카피를 담은 광고와 사이버 캠페인을 기획한다.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리고, 포털사이트에서 이를 확대시킨다. 사이버문화를 주도하는 10~20대 젊은층으로 구성된 대학생 그룹·새싹그룹을 만들어 이 운동의 전도사가 되게 한다.


“단지 선언적인 구호에 그치는 운동은 생명력을 잃는다. 시민단체가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몇 명이 단식농성을 하거나, 열사가 되어 분신을 한다 해도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네트워크 시대의 문화를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문화는 몇 몇 지사들이 모여 검정 두루마리를 읽고 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각범 원장은 거듭해서 네트워크 시대의 문화를 강조하며 “시민사회 안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지킬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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