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스파이, "발본색원 해서 끝까지 잡는다" | 2007.05.17 | |||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김후곤 검사
오는 4월부터는 지난해 정기국회를 통과한 ‘산업기술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이하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이 본격 시행된다. 이 법은 기존에 산업기밀유출사건의 적용 법률이 돼왔던 부정경쟁방지법을 대체하면서 산업기밀유출범죄 예방은 물론 추후 사건수사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법에는 불법적인 기술유출을 기업도산, 기술개발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규정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산업기술 유출로 인해 얻은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처벌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시행에 있어 영향을 받는 이는 바로 법을 엄정하게 적용해야 하는 검사들일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서도 기밀유출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김후곤 검사가 이 법에 대해 갖는 생각이 자못 궁금했다.
산업스파이와의 전쟁, 최일선에 서서 “기존 부정경쟁방지법의 경우 처벌규정이 상당히 미흡했고, 또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은 처벌조항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고 봐요. 이것이 향후 화이트컬러 범죄의 양형기준이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이 법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책연구소, 대학 등으로 법률적용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는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되는 국가핵심기술의 지정기준을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법은 제정된 후 몇 년 동안은 수정·보완작업을 거치기 마련이니까 시행되면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차츰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후곤 검사는 전국에서 기술유출사건만을 전담하는 단 2명의 검사 가운데 1명이다. 그만큼 관련사건 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는 최근 기술유출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검찰에서도 기술유출범죄수사센터에 이어 지난 2월에는 대검찰청 첨단범죄수사과 내에 ‘기술유출범죄 수사지원센터’를 출범시키는 등 전담조직을 강화하고 있고, 일반국민들의 보안의식도 향상되면서 적발건수 역시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덧붙여 그는 “최근 국정원의 산업스파이 색출활동이 강화되고, 기업은 물론 산자부, 특허청, 경찰 등 관련기관들과의 정보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져 기술유출사건 해결에 한몫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전문가들과의 두뇌싸움이 제일 어렵네요” 김 검사가 꼽은 최근 산업기술유출사건의 주요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중국이나 브릭스(BRICs) 등 신흥경제국에 의한 산업스파이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과 두 번째는 기술유출수법이 점차 지능화·교묘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M&A나 이직, 회사설립을 통한 기술유출 등 적법과 탈법의 경계에 있는 기술유출범죄가 증가하고, 기술유출범죄를 저지르는 주체들이 대부분 해당기술을 개발한 전문가들이어서 범죄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그가 털어놓는 고충이다. “유출시키려는 기술에 대해서는 피의자들이 최고의 전문가예요. 그래서 그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범죄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저도 관련기술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 때는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 코너가 참 유용하더라고요(웃음).” 피의자들은 진술할 때 일부러라도 전문용어를 자주 섞어 쓰기 때문에 해당기술의 개념에서부터 국내기술현황 및 기술수준, 그리고 해당기업의 정보에 이르기까지 완전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수사가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듯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술유출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검찰에서도 전담조직이 있는 만큼 법원에서도 전담재판부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하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작은 인식의 차이가 기술유출사건 부른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의 수원지검 특수부 재직시절 컴퓨터범죄수사반에 속해 산업스파이 사건을 주로 담당했고, 관내에 있는 삼성전자에 기술유출관련 자문을 하게 되면서 기술유출사건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됐다는 김후곤 검사. 그는 기술유출사건은 내사기간만 해도 보통 2주 이상이 소요된다며, 사건을 해결하는데 짧은 경우 1개월, 긴 경우 3~4개월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로 와서 12건 정도의 기술유출사건을 해결했어요. 그 가운데서도 지난해 초 발생했던 카자흐스탄으로의 휴대폰기술 유출시도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전에 차단됐기에 다행이지 만약 그 기술이 카자흐스탄으로 유출됐을 경우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던 사건이었죠.” 그간 기술유출사건을 수사해오면서 김 검사는 작은 인식의 차이 하나가 큰 사건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한다. 회사에 근무하면서 자신이 개발에 성공한 기술을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연구원들의 인식이 처우나 연봉, 인사상의 불만과 겹쳐지면서 기술유출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연구원뿐만 아니라 기업의 책임도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강조한 그는 “실현 불가능한 약속으로 연구의욕만 잔뜩 부풀려놓고, 정작 개발에 성공했을 때 약속을 안 지키게 되면 연구원들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개발성과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하고, 해당기술은 개발자 소유가 아닌 회사 소유라는 인식을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확고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기업 경영진과 보안담당자들은 보안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기술유출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직원들에게 정확히 이해시킬 수 있는 보안정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기업의 핵심기술이 법적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경제성, 신규성, 비밀성 이렇게 3가지의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하는데, 그 가운데서 국내기업들은 비밀성이 가장 취약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는 김후곤 검사. 여건이 허락하는 날까지 기술유출사건 전담검사로 남아 국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 그와 산업스파이와의 피 말리는 두뇌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월간 시큐리티월드 통권 제122호 권 준 기자(info@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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