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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특집03]중소기업, 특허괴물에 위협 받는다 2007.05.17

③ 법률시장 개방


지난해 삼성은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불리는 ‘인터디지털’에 특허관련 피소를 당해 1억 3400만 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한 바 있다. LG전자 역시 인터디지털에게 잡혔지만 이들과의 분쟁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판단해 2억 8500만 달러의 특허료를 지급하는데 합의했다. 특허괴물이란 실제로 사용하지 않을 특허를 사 모은 후 다른 기업의 특허침해에 거액의 소송을 내고 합의금을 받아내는 기업이다.


특허괴물은 그동안 거액의 특허료를 받아낼 수 있는 대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특허괴물이 갖고 있는 특허권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책을 세웠다. 이제 특허괴물은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두 가지 기술력으로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에 특허소송이 시작되면 기업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특허소송만 전문으로 하는 특허괴물과 맞붙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미 FTA 타결과 함께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우리나라는 국제적인 특허괴물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특허괴물은 지적재산권이나 산업재산권 등 기술관련 재산권 분쟁이 많은 IT업계에 관심을 두고 이 분야의 특허권을 마구 사들이고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국제법은 미국법, 미국법은 친기업법”


특허괴물과 함께 IT 분야에 타격이 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법률시장 개방과 국제분쟁 조항이다. 한미 FTA 협상이 체결되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5년간 3단계로 법률시장을 개방하게 된다. 국가간 분쟁이 생겼을 때 국제중재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국제중재는 미국법을 토대로 하고 있다.


미국계 대형 로펌이 세계 법률시장을 장악해 미국법이 세계표준이 되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미국법은 월가의 로펌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주법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 월가의 로펌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과 오랜 공생관계에 있다. 다시말해 미국법은 친기업적이고, 그 중에서도 거대자본을 보호하는데 익숙하다.


법률시장이 개방되고 미국 로펌이 한국에 진출했을 때,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국계 기업과 우리 기업이 분쟁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현행법상 기업간 분쟁은 현지법에 따르게 되어 있지만, 분쟁의 원인을 따져 본사와의 다툼으로 번지게 되면, 우리 기업이 미국의 거대기업과 상대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수 있다.


고객과의 분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규모 집단소송에 익숙한 미국 고객들이 대형로펌을 앞세워 한국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면 어떻게 될까? 개인정보 유출로 몇 년 째 곤욕을 치르고 있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경우처럼, 기업의 실수로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중에 미국인 고객이 있다면 피해자들을 모아 엄청난 규모의 소송을 걸어올 수 있다.


해커에 의해 시스템 침해사고를 당해 일어나는 피해라 해도, 기업에 침해사고에 대한 대응책을 얼마나 철저하게 세웠는지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예상되는 침해사고를 방치하고 있었다면 기업의 책임이 크므로 고객이나 관계사들의 피해를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국제법의 적용을 받지 않더라도 ‘역외적용 규정’이라는 법에 의해 미국기업이나 고객과 우리 기업이 분쟁을 벌일 수 있다. 역외적용은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행위가 우리나라 시장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면 국내법을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모든 나라에 이와 관련한 조항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2위의 구리 생산회사 펠프스 도지가 팰컨 브리지라는 회사를 인수합병할 당시 펠프스 도지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순수한 외국기업의 결합이라도 국내 매출이 30억 원 이상인 기업이면 신고를 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IT, 5년 내 대규모 소송 쏟아질 것”


미국은 역사상 최대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기록된 엔론사태 이후 기업의 회계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사베인스-옥슬리(Sarbanes-Oxley)법을 제정하고 기업규제를 강화했다. 이 법에는 특히 정보보호와 관련한 각종 규제가 포함되어 있어 미국기업은 새로운 규정을 지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정보보호 관리자를 기업경영진과 동일하게 두고, 기업경영의 관점에서 정보보호 대비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소송에 대비해 중견규모 로펌을 능가하는 사내 법무팀을 두고 다양한 법적분쟁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에서의 정보보호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정보보호 관리자는 높아야 과장급이다. 사내 법무팀을 갖춘 곳도 많지 않으며, 법률가 중에서 정보보호 관련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중소기업은 법적인 분쟁에 휘말렸을 때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변호사를 구하기도 어렵다. 미국법에 익숙하지 않고 국제법 대응에도 미국의 법률시장을 따라가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 기업의 미흡한 정보보호 정책으로 미국의 기업이나 고객들로부터 소송을 당했을 때 법적으로 대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기업의 정보보호 정책은 기업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지, 정부에서 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시장은 개방했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에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한미 FTA 협상을 통해 시장을 개방하고 해외진출의 문을 넓혔다면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법률문제를 총괄하는 브래드 스미스 선임부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률시장에 국경이 사라져 기업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 5년간 IT시장에서 엄청난 규모의 소송이 쏟아지게 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스미스 선임부사장의 예측대로라면, 한국의 법률시장이 개방되는 5년 내에 IT 시장은 각종 대규모 소송으로 일대 혼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 역시 미국의 대형 특허괴물과 대규모 로펌을 앞세운 각종 소송에 휘말려 휘청이게 될 것이다.


mini interview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경영공학전문대학원장

 


“IT 전문 변호사 양성 시급”


“법률시장 개방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리나라에 IT에 능통한 변호사도, 법에 능통한 IT 전문가도 없다는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은 사내변호사를 배치하고 각종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경영공학전문대학원장은 한미 FTA 법률시장 개방으로 인해 우리나라 IT 산업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전문가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미국의 대형 로펌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법률시장을 장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성을 근거로 국제법과 미국법, 우리나라 법을 샅샅이 해부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에는 웬만한 중견규모의 로펌보다도 규모가 큰 사내법무실이 있다. 특히 지식재산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IT 분야 전문변호사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지만, 로펌에는 IT에 대한 인식이 없다. 로스쿨이 시작된다 해도 전문변호사 양성은 어렵다. 법에 익숙한 IT 전문가, IT에 익숙한 변호사 양성을 위해 정부에서 나서서 법대에 IT 전문가 과정을 만들거나 이·공대에 변호사 전문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임 교수는 사베인스 옥슬리 법 등 각종 규제에 시달리고, 특허괴물의 몸살을 앓았던 미국의 기업은 사업을 착수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충돌에 대해 철저하게 파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변호사군단을 앞세워 모든 법적인 분쟁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제적인 법률시장이 미국법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 미국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한다는 것도 우리가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임 교수는 “시장이 개방되기 전에 미국법에 능통한 IT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끊임없는 대규모 분쟁에 미국의 대형 로펌의 돈벌이를 만들어주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간 정보보호21c 통권 제81호 김선애 기자(inf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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