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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사장? 아니 기술유출사범이다” 2011.10.14

절전장비 제조업체 A사의 배유출 부사장(50세·가명)은 제품의 해외 수출업무를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해당제품을 수입하던 에이전트인 외국인 리방방(48세·가명) 씨 등 외국인들과 두터운 교분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들은 A사의 기술을 빼돌려 별도의 회사를 차리기로 모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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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부사장님, 요즘 사장님하고는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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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대표 얘긴 꺼내지도 마세요. 나한테 무슨 그렇게 불만이 많은지. 요즘은 사사건건 트집이네요. 회사를 때려치우던지 해야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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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럼 제가 투자를 해서 중국에 회사를 하나 차려드리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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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말이요. 투자만 해주신다면 잘 해볼 자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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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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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조건이죠? 말씀만 하세요. 어떤 조건이던지 다 들어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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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에이전트와의 은밀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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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된 기술유출 모의는 A사의 기술이사 등 직원 포섭에 이어 중국 하얼빈의 동종업체 B사를 차리고 기술을 빼낸 후, A사와 동일한 상표로 짝퉁제품을 제작해 중국에 판매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술 더 떠 배 부사장 등은 A사의 절전장비 제조기술을 B사의 핵심기술로 둔갑시키기 위해 특허출원을 신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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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일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군. 이제 중국 현지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일만 남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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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제 거의 양산체제를 갖췄으니 중국뿐만 아니라 제3국으로의 대량 수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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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출원도 신청했으니 이젠 완전히 우리 기술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란 말이야. 그나저나 우리가 생산한 제품수량이 얼마나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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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여 개가 넘습니다. 이젠 대량수출로 대박을 터트릴 일만 남았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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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수사로 사건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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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기술유출사건을 전담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에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A사 퇴직 임원들의 움직임이 수상쩍다는 내용이었다. 제보를 받은 산업기술유출수사팀의 정수사(40세·가명) 팀장은 기술유출 사건임을 직감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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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형사, 현재 중국 하얼빈에 설립돼 있는 B사에서 A사와 거의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데, 중국 루트 통해서 좀 알아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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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팀장님. 그렇지 않아도 사전조사를 좀 했는데, 구린 냄새가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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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경찰의 집요한 수사 덕분에 절전장비 기술유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게 됐다. 외국인들과 공모해 재직하던 회사의 핵심기술을 빼돌리고 중국에 별도의 회사를 차려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배 전 부사장을 비롯한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중국에 체류 중인 싱가포르인 피의자 리방방 씨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지명수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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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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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건은 외국인 에이전트가 투자를 빌미로 A사의 기술유출을 유도한 경우로, 과거에는 업체 내부직원을 통해 핵심기술이 해외로 직접 유출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외국인이나 외국 업체가 국내 업체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을 함으로써 간접 유출되는 형태가 많아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대변한 사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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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건으로 인해 A사가 입은 피해액은 880억 원 규모이며, B사가 A사의 핵심기술을 유출해 제작한 짝퉁제품이 총 2만 1천여 개, 시가로 약 42억원 상당이었던 것으로 조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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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 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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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시큐리티월드 통권 제177호(sw@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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