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제품정보


[기자수첩] 조승희 사건 모방 게임, 사회구조적 문제다 2007.05.20

[기자수첩]‘사회구조의 변화’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말아야


얼마 전 호주 시드니의 한 청년이 지난달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모방한 컴퓨터 게임을 만들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버지니아공대의 광란(V-Tech Rampage)’이라는 제목의 이 게임은 조승희 씨가 32명의 무고한 인명을 빼앗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게임을 만든 21세의 라이언 램번은 자신의 웹사이트와 한 아마추어 게임공유사이트에 게임을 게시했다.


게임에 대해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지자 램번은 “문제의 게임은 조승희 씨의 심리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으며, 조 씨의 희곡을 비춰봤을 때 그가 매우 인간적이고 연약한 사람”이라고 밝히고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왕따’ 경험을 털어 놓았다.

 


버지니아 공대 사건이 벌어졌을 때 많은 언론들은 조 씨가 평소에 폭력게임을 즐겼다는 정황이 있다며 폭력적인 게임이 뇌를 자극해 인간의 폭력성을 부추긴다고 일제히 호들갑을 떨었다.


게임을 모방한 사고가 일어나고, 그 사고를 모방한 게임이 만들어지며,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비난이 잠시 일어나다가 잠잠해 지면 다시 더욱 폭력적인 게임이 출시되고, 더욱 폭력적인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정부는 게임의 폭력성이나 선정성 등을 감안해 등급을 매기고 청소년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부모의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을 이용해 초등학생도 쉽게 성인용 게임을 즐기고 있다. PC방 등에도 이러한 게임을 즐기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제제하는 일도 거의 없다.


충동조절 능력이 약한 어린이와 청소년이 폭력게임에 노출되면 쉽게 이를 행동을 옮길 위험이 높다. 실제로 청소년 범죄의 많은 경우가 게임이나 불법 동영상을 통해 본 것을 모방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폭력적인 게임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폭력적인 게임을 금지하는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폭력적인 게임을 만드는 제작자는 물론, 이를 즐기는 유저도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폭력게임을 즐기는 모든 청소년이 폭력성을 보이는 것이 아니며, 청소년의 폭력성은 가정과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사회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들은 “모든 것을 폭력게임 탓으로 돌리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왜 청소년들이 폭력게임을 즐기게 됐는지 근본적인 물음에 답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구조 안에서 청소년의 폭력성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타당하고 이상적이다. 그러나 사회구조를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임을 모방한 사고가 일어나고, 이 사고를 모방한 게임이 나오고, 또 다시 그 게임을 모방한 사고가 일어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을까.


‘버지니아공대의 광란(V-Tech Rampage)’을 만든 라이언 램번에 대한 비난이 인터넷을 시끄럽게 하고 있지만, 라이언 램번이 이러한 행동을 하게 만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