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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루하지 않은 패널토의를 할 순 없나? 2007.05.23

"점심도 드셨으니 졸리신 분은 주무십시오."

지난 22일 개최된 국방 정보보호 컨퍼런스의 오후 첫 번째 세션이었던 ┖패널토의┖ 시간에 한 패널이 보다 못해 한 마디 던졌다. 순간, 고개를 든 사람이 몇... 실소 비슷한 웃음을 흘린 사람이 몇... 이것이 우리네 IT 세미나의 현실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씁쓸했다.

 

외국의 대형 IT행사에 초대받아 물 건너 갈 일이 간혹 있다. 기자도 일년에 서너차례 정도 외국에 나갔다 오는 편인데, 그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어쩌면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와는 사뭇 다른 세미나 진행에 감탄을 금치 못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비근한 예로, 최근 우리나라 IT 행사에서 많이 등장하는 패널토의에 관한 사례를 들어보겠다. 2000년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동안 한 사람이 무대에 올라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에 익숙해있던 기자는 난데없이 무대에 설치되는 쇼파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극무대도 아닌데 일반 의자도 아니고 웬 쇼파람? 곧이어 등장한 패널들은 푹신한 쇼파에 등을 묻고 사회자의 진행으로 심도깊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흘렀을까. 영어 울렁증에 절반 이상은 못 알아들었지만 두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이들은 마치 가정집의 거실 쇼파에 앉아서 얘기하는 것처럼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농담도 해가면서, 때로는 일어나 쇼파 주위를 서성거리면서 얘기를 나누는 게 아닌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국방 정보보호 컨퍼런스의 패널토의를 보자. 무대 양쪽으로 비스듬하게 테이블이 놓이고 사회자를 포함해 8명이 좌우로 나누어 앉았다. 패널로 초대된 사람들은 그래도 정보보호 업계에서 내로라 하는 사람들일 터. 하지만 진행방식은 지루하고 단조로웠다. 한 사람씩 10분 내에서 주제발표를 하는 것으로 패널토의는 끝이 났다. 초등학교 학예 발표회도 아니고 이게 무슨 토의람? 더군다나 어느 패널은 국방 정보보호를 논하자는 자리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얘기로 시간을 채우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500명이 넘는 참석자들은 모두 오뉴월 병든 닭처럼 머리를 조아렸다. 오죽했으면 패널이 자신의 주제 발표를 하는 도중에 아예 자라고 했을까. 비단 이 컨퍼런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요즘 호텔을 잡기가 힘들 정도로 세미나가 호황이라고 한다. 비싼 등록비 받고 잠잘 수 있는 세미나를 만들어서야 쓰겠는가. 각 업체의 세미나 기획 담당자들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김완선 기자(editor@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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