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진정한 평화시위는 불가능한가? | 2007.05.26 |
진정한 평화시위 위해 축제의 장 만들어야 시민사회 운동에 몸담아온 한 활동가가 우리나라 사회의 집회·시위 문화에 쓴소리를 던졌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이 최근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가 발행하는 <시민과 세계> 기고문 ‘소통과 연대의 집회를 위하여’라는 글에서 “사회운동의 집회·시위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짜증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그는 △교통체증 △감동이 없는 집회 △행사장을 뒤덮는 깃발 △전경과의 충돌 △소음 △화형식 △음주행위 등으로 시민들이 시민·사회단체의 집회·시위에 거리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대안이 있는데도 도로 위 행사나 행진을 관성처럼 진행해 길이 막혀 국민들의 짜증이 민주사회에서 참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정도에 이르렀다면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집회 신고 때부터 되도록 도로 위를 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보자”고 제안했다. 안진걸 팀장의 지적은 일부 보수적인 논조의 언론에서 악용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상당히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일어난 각종 집회들을 살펴보면 타당한 면이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반복되는 농민집회와 지난해 언론의 사회면에 빠지지 않았던 한·미 FTA 반대집회, 평택 대추리 사건과 몇 년 전 부안의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반대시위 까지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는 언제나 ‘불법·폭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의 주장은 언제나 타당하다. 농민집회는 죽어가는 농촌을 살려달라는 절규의 목소리이고, 한·미 FTA 반대집회는 FTA 체결로 양극화가 심화돼 피해를 입는 산업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택 대추리 사건이나 부안 방폐장 사건 역시 주장하는 이들은 타당한 논리를 갖고 있다. 보수언론의 집중적인 포격을 받는 노동조합의 파업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소위 ‘귀족노조’라고 불리는 이들이 외치는 중요한 문제는 노조와 사용자간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집회에 대해 시민들이 전혀 동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짜증내고 비판하며 반감을 갖게 되는 것은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집회가 열린다고 하면 몽둥이를 든 시위 가담자들과 물 폭탄 세례를 퍼부어대는 경찰, 그리고 피흘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른다. 이들이 무엇 때문에 집회를 하고, 어떤 주장을 하고 있고, 무엇이 그리도 부조리한지 알고 싶지도 않다. 경찰의 무리한 압박과 봉쇄에는 관심이 모아지지 않으며 정부가 외치고 있는 ‘불법·폭력 집회’라는 구호에만 고개가 끄덕여질 뿐이다. 안진걸 팀장은 “최근의 집회는 감동이 부족하다. 집회·시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큰 깃발에 시민들이 거리감을 느끼고 있으며, 전통적인 ‘운동권’의 구호로 시민들이 참여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호를 위한 구호로는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고, 몽둥이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에 호감을 갖기란 쉽지 않다는 비판이다. 지난달 명동에서는 4·19를 기념하며 ‘집회한다, 허가하지 마시라!’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불복종 운동이 열린 바 있다. 인권단체 연석회의가 주최한 이 시위는 경찰에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채 명동 네거리에서 열렸으며, 스무 명 남짓한 시위 참가자들이 특이한 복장으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마치 노는 듯, 공연을 하는 듯, 축제를 하는 듯 흥겹게 집회를 열었다. 경찰등과 마찰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즐겁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진정한 ‘평화집회’란 몽둥이를 내려놓고, 도로가 아닌 광장에서, 전투적인 구호가 아니라 시민들이 알아듣기 쉬운 구호로, 거부감이 드는 거대한 깃발보다 작은 피켓을 들고, 누구나 대열에 합류하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재미있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하지 않을까.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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