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제품정보


영업비밀보호!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2014.08.14

\r\n

\r\n

영업비밀이란 무엇인가? 한 기업이 특허로 공개하지 않고 기업만의 독자적인 정보로서 보유하기로 결정한 핵심 정보다. 기업은 자사의 정보를 기업만의 것으로 보유하기 위해 영업비밀이 유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스스로 관리하면서 그 정보를 통한 이익을 기업에게 귀속시키고 있다.

\r\n


\r\n

구 태 언┃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taeeon.koo@teknlaw.com)

\r\n


\r\n


\r\n

기업이 핵심 정보에 대해 특허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비용을 들여 영업비밀로서 정보를 관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기업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술에 대한 보호 기간이다. 기업의 기술상 정보를 특허로 출원하게 되면 특허의 존속기간인 20년 동안은 그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유지할 수 있으나 그 기간이 지나게 되면 그 정보는 공공자산(Public Domain)이 된다. 그러나 기업이 관리를 철저히 할 수만 있다면 기술 정보의 가치는 영원히 이어지게 되며, 그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역시 이익을 계속 누릴 수 있다. 이렇게 영업비밀을 이용해온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100년 이상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코카콜라다.

\r\n


\r\n

현재 미국, 일본과 같은 기술 강대국들은 자국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엄격한 법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그 보호 범위를 점차 확장시키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항소심 법원에서 설계 개념, 프로세스와 같은 아이디어 역시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례가 나올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로 국내에서 우수한 기술을 개발한 기업들이 퇴직자가 나타날 때마다 영업비밀 보호를 받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r\n


\r\n

영업비밀 법령상 요건 갖춘 한, 보호 지속돼야

\r\n

현재 우리나라의 판례는 ‘영업비밀이 보호되는 시간적 범위는 당사자 사이에 영업비밀이 비밀로서 존속하는 기간이라고 할 것이므로 그 기간의 경과로 영업비밀은 당연히 소멸해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것으로 된다(대법원 1998. 2. 13. 선고97다24528 판결)’는 대법원 판결을 시작으로 영업비밀 보호기간을 한정하는 취지의 판시를 계속하고 있다.

\r\n


\r\n

특히 판례를 살펴보면 근로자에 대한 전직금지기간과 영업비밀 보호기간을 동일시하면서 마치 근로자가 퇴사를 하면 회사의 영업비밀은 그때부터 ‘더 이상 영업비밀일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근로자에 대한 전직금지기간과 회사의 영업비밀 보호기간은 명확히 구분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에 대한 전직금지기간은 영업비밀을 다루던 근로자가 퇴사한 이후 일정 기간 동안 경쟁업체에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회사의 최신 기술이 경쟁업체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정된 것이다. 이러한 방어기제가 있어야 회사는 근로자의 전직금지기간 동안 회사의 기술을 더욱 발전시킴으로써 근로자의 퇴직에 의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은 근로자의 전직금지기간을 산정할 때 관련 업계의 기술 개발 속도, 근로자의 지위 등을 고려해 기간을 조정하고 있다.

\r\n


\r\n

그러나 영업비밀 보호기간은 다르다. 회사의 영업비밀은 법령상 요건을 갖추고 있는 한 그 가치를 영원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으며,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회사는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인다. 그러나 기계가 기술개발과 제품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은 어쩔 수 없이 근로자에게 영업비밀의 일정 부분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영업비밀 보호기간과 전직금지기간을 동일시하는 현행 판례의 태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근로자가 퇴사하면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 그 회사의 영업비밀은 영업비밀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업은 첫 번째 근로자가 퇴사하면 곧 그가 숙지하고 있는 영업비밀은 영업비밀성을 상실하게 될 운명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r\n


\r\n

법정공방 장기간 소요, 침해에도 책임 묻기 어려워

\r\n

기업과 영업비밀 유지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부분의 대기업은 협력업체에게 제품을 납품받고 있고, 협력업체의 명단까지도 영업상 정보로서 기업의 영업비밀로 취급된다. 만약 그 협력업체가 기업의 영업비밀을 알게 된 이상 합법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그 영업비밀을 사용해도 된다고 주장한다면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근로자의 경우에 대한 법원입장과 같이 일정한 보호기간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그 기간이 지난 후에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영업비밀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영업비밀은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기술보유국이 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결론이다.

\r\n


\r\n

게다가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와 법정 공방이 1년 이상 소요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판례의 태도는 더더욱 구체적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아야 한다. 평소 영업비밀을 잘 보호하고 있었던 피해 기업이 퇴직 근로자의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해 소송 또는 고소를 제기해도 수사기간과 법정 공방만으로 판례가 인정하는 전직금지기간이 모두 지나가 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자는 침해행위가 지속돼 기업의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음에도 기존 판례의 태도를 들어 영업비밀 보호기간이 도과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 결과 피해 기업은 한때 신뢰했던 직원의 배신행위를 처벌할 수도, 자신의 기술을 지킬 수도 없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른다. 과연 어느 기업이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r\n


\r\n

영업비밀 침해 법원판단의 한계

\r\n

이러한 조류를 감안해 최근 대법원은 영업비밀 침해기간에 대한 기존 판례를 원칙으로 설시하면서도 제한적으로 ‘피보전권리가 소멸하는 등의 사정변경이 있을 때에는 언제든지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영업비밀의 침해행위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함에 있어 그 금지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9. 3. 16. 자 2008마1087결정)’는 취지로 판시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시는 원칙과 예외를 혼동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r\n


\r\n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은 영업비밀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존 판례와는 달리 금지기간을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가처분의 목적을 다할 수 있다. 만약 위 판례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하는 목적이 기술 개발에 있어 우월한 지위에서의 시간 절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면, 그 ‘시간 절약의 정도’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법원은 당해 기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 기술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시장의 기술 개발 속도 역시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기술의 개발 속도 및 가치는 시장에 그 판단을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에 따라 가처분 기간 중에 해당 업계의 기술 수준이 상당히 올라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해도 그 영업비밀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비로소 가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적절히 제재하면서도 부당한 가처분이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r\n


\r\n

이렇듯 영업비밀 보호에 대한 기존 판례의 태도는 영업비밀의 중요성과 기업에 끼치는 영향보다는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영업비밀 보호기간이라는 이론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제 세계적인 대기업을 보유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할 대한민국이 법원의 판례로 기업의 지식재산권의 중요한 핵심인 영업비밀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낳고 있다. 영업비밀의 보호기간을 인정하는 판례의 입장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기업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으로 시대의 변화에 맞게 변경돼야 한다.

\r\n


\r\n


\r\n

[월간 시큐리티월드 통권 제211호(sw@infothe.com)]

\r\n


\r\n

<저작권자 : www.securityworldmag.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