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제품정보


[기자수첩] IT 업계의 기자실도 변화해야 한다 2007.06.03

 이런 글을 쓴다는 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세 들어 사는 곳에서 주인이 나가라고 요구하는 건 필시 주인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다. 누가 잘 했건, 누가 못 했건 이와 같은 사태가 생긴 것에 대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올해로 기자생활 14년째를 하고 있지만 가장 부끄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마치 내 치부를 보여주는 듯한 기분이랄까. 지금까지의 기자실은 그야말로 성역이었다. 하지만 역지사지로, 어느 정권도 건드리지 못했던 기자실을 터치(?)했다는 데서 노 정권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IT업계에서도 그동안 기자실의 힘은 대단했다. IT업계에는 정통부, 산자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기관의 기자실, KT나 SKT 등 거대 IT 기업들의 기자실, 삼성SDS나 LG CNS 등 그룹사 SI기업들의 기자실, HP나 IBM 등 대형 다국적기업들의 기자실 등으로 운영되어 왔다.


정부기관의 기자실을 제외하곤 기자단이 구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취재의 제약이나 매체의 차별 같은 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일부 일간지를 중심으로 한 몇몇 매체끼리의 담합에 의한 텃새는 존재한다. 일단, 정부쪽 기자실의 폐단에 대해서는 그동안 하도 많이 거론되어 생략하기로 하고 IT 업계의 기자실 얘기만 하겠다.


IT 시장이 급속하게 팽창하던 2000년 초반 무렵, 업체들이 기자실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사실 업체 입장으로서는 자투리 공간에 책상 두 세개 놓고 별도의 LAN선을 뽑아두는 것만으로 생색을 낼 수 있었으니 이처럼 손쉬운 홍보가 어디 있었겠는가.


하지만 냉장고에 음료도 없이, TV나 비디오 같은 오락기도 없이, 누워서 잘 수 있는 쇼파도 없이 기자실을 운영하던 곳은 철 지난 바닷가처럼 파리만 날리다 결국 자진 폐쇄해야만 했다. 이런 유행에 정말 홍보 한번 잘 해보려고 만들었던 몇몇 소규모 기업의 기자실마저도 도매급으로 넘어가 문을 닫고 말았다.


결국 IT 업계의 기자실 역시 부익부 빈익빈을 피할 수 없었다. 어딜 가면 담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어딜 가면 점심은 항상 홍보 담당자가 와서 근사하게 대접하고, 어딜 가면 화투에서부터 포커까지 즐길 수 있고, 어딜 가면 아무 제지 없이 누워 잘 수 있고, 어딜 가면 매일 퇴근 때 술자리로 이어진다는...그런 기자실에만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어느 IT기업 홍보 담당자는 기자를 만날 때마다 볼멘소리를 해댄다. “아침마다 기자실로 불려가 기사꺼리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몸살이 날 지경”이라고 그는 하소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업계의 기자실은 그나마 양반인 편이다. 앞서 예로 든 것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믿는다. 대부분의 나머지 기자실은 순수한 취재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기관의 기자실이야 기자단의 폐해로 인해 통폐합을 논의하고 있지만 IT 업계의 기자실은 그 수준은 분명 아니다. 혹여 그 바람에 휩쓸려 “우리도 기자실 없앨까?”하는 업체가 있다면 자제해주길 바란다. 다만, IT 기자들 스스로 자정(自淨)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조건 하에서 말이다.

[김완선 기자(editor@boannews.co.kr)]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