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 피싱, "낯선 번호 무조건 의심하라!" | 2007.06.05 | |||
갈수록 교묘해지는 보이스 피싱, 낯선 번호 안 받는게 상책이지만… 모처럼 휴일을 맞아 늦게까지 단잠을 자던 최모 씨. 아이들이 어서 밥 먹고 공원에 놀러가자고 보채는 통에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열고 일어났다. 마침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최 씨가 수화기를 들자 녹음된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울지방법원입니다. ○월 ○일 1차 출두명령과 ○일 2차 출두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통보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9번을 누르십시오.” 최 씨는 법원의 출두명령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9번을 눌렀다. 연결된 상담원은
“접니다. 최○○.” “주민등록번호는요?” “○○○○○○-○○○○○○○” “최○○ 씨는 국제 금융사기사건에 연루되었네요. 법원 출두명령을 받으셨는데 안 나오셨군요. 3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 경찰서에서 수사중이니 그 쪽으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 경찰서 이모 경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사팀이 몇 달 전 김모라는 사람이 주축이 된 사기단을 체포했으며, 김모에게 압수한 서류 중에서 최 씨의 이름으로 된 마이너스 통장이 나왔으며, 김 씨는 이 통장에서 2억 여원을 대출해 썼다고 했다. 이 경사는 김 씨와 최 씨의 관계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은 후 “최 씨에게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정보가 유출돼 범죄에 악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시 악용될 소지를 막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사는 최 씨가 갖고있는 신용카드와 통장, 통장의 잔액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본 후 금융감독원에서 전화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20분 쯤 후 금융감독원 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범죄자가 최 씨 계좌를 이용해 눈에 띠지 않게 소액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범죄에 이용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최근 6개월 간의 계좌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예금주 보호를 위해 새 비밀번호를 발급해드리겠습니다. 긴밀한 사항이므로 유선으로 처리할 수 없으니 통장과 휴대폰을 가지고 제일 가까운 은행으로 가십시오. 자동화기기에 통장을 넣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 범죄사건 연루라는 말에 당황해 있던 최 씨는 통장과 휴대폰을 갖고 은행으로 가라는 말에 순간 아차 싶었다. 자신이 바로 보이스피싱에 ‘낚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 전화를 끊은 후 ○○○ 경찰서에 전화 해 이모 경사를 찾았는데, 그런 사람은 없었다. 서울지검에도 전화를 걸었다. 그런 일로 직접 검찰이 직접 전화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이스 피싱에 의한 피해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다. 모 지방법원장도 아들이 납치됐다는 협박에 6000만원을 사기당했으며, 변호사, 검사, 고위직 공무원들의 피해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 은행의 지점장도 검찰-경찰-은행직원-금감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말도 안되는 금융정보 유출에 대한 안내를 들었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보이스 피싱의 영역도 없다. 처음에는 국민연금 환급, 건강보험료 환급, 관세 환급 등 주로 세금 환급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루다가 개인정보 유출로 국제사기에 연루됐다거나 금융정보가 도용돼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백화점이나 이동통신사, 할인마트 등에서 실시하는 각종 이벤트 당첨으로 계좌정보를 가로채는 단순한 사기도 여전하고, 자녀나 부모, 배우자를 납치했다는 협박전화를 걸어 돈을 뜯어가기도 한다. 보이스 피싱 피해 3000명, 피해액 200억 원
이러한 사건은 대부분 중국이나 대만의 국제 범죄단과 연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중국 등에는 대규모 콜센터까지 차려놓고 금융사기를 자행하는 집단이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범죄단과 콜센터, 그리고 한국과 해외 범지죄단을 잇는 브로커간의 힘 싸움도 치열해 콜센터가 사기로 빼낸 돈을 다시 사기쳐서 빼내가는 ‘간 큰’ 브로커도 나타나고 있다.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릴 수 있는 것은 국제 범죄단 사이에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한 명이라도 낚이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100명에게 전화를 걸어 한 명이라도 성공하면 수 천만 원을 손에 쥘 수 있어 범죄조직에게 큰 매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신분증만 제시하면 통장을 개설할 수 있어 위조여권으로 외국인도 쉽게 대포통장을 만들 수 있어 금융사기를 더욱 쉽게 하고 있다. 1일 계좌이체 한도가 1억 원, 현금인출이 1000만원 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범죄가 쉽게 발생한다. 몇 년 전 대만과 일본에서도 이같은 보이스 피싱 사기가 극성을 부렸으나 통장계좌 개설을 제한하고, 계좌이체·인출가능금액을 크게 낮추자 범죄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계좌개설과 자동이체 한도를 보다 강화해 사기 가능성이 높은 거액의 현금 인출이나 자동이체는 반드시 창구를 통해 은행직원과 상담 후 이뤄지도록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대책이 마련될 때 까지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다. 사기단은 피해자가 돈을 송금하자마자 바로 인출하거나 다른 계좌로 이체해 즉시 빼가기 때문에 돈을 되찾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사기에 넘어가지 않도록 이용자 스스로 주의하는 것 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보이스 피싱에 의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금융기관이나 관공서에서 개인정보를 물어보면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한다. 금융기관과 관공서가 전화로 개인정보를 물어보는 일은 없다.
기존에는 이러한 전화가 008, 030, 086 등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낯선 번호는 무조건 의심해 보라고 했지만, 최근에 범죄단은 발신자번호를 조작해 실제 관공서 저화번호가 뜨게 하기 때문에 발신자 번호로 구분이 불가능하다. 만일 전화하는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일단 전화를 끊고 해당 은행이나 관공서에 전화해 사실 여부를 물어봐야 한다. 사기전화라면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고 말했을 때 두 말 않고 끊거나 자신이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도록 위협적인 태도를 고수하면서 이야기한다. 특히 범인들은 쉴 새 없이 전화하거나 혼란스럽게 말을 하고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어려운 용어를 쓰면서 겁을 주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판단력이 약한 노인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자녀나 부모를 납치했으니 돈을 입금하라고 협박하면, 자녀나 부모의 친구, 친척 등에 전화해 반드시 안부를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당황해서 사기범이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르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한다.
다시보자 ‘낚시정보’ 다시듣자 ‘낚시전화’ 온 국민이 ‘낚이고’ 있다. 사기범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낚아채거나 전화 등을 이용해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빼내고 금품을 탈취한다. ‘낚시질’에 의한 피해 사례는 2000년부터 시작됐다. 사기범들은 e-메일을 통해 가짜 입력창으로 유도해 ID와 비밀번호를 가로채 게임 아이템을 훔쳤다. 이것이 발전해서 피싱 사이트가 되었는데, 기존의 유명 사이트와 흡사한 사이트를 만들고 유사한 도메인 주소를 받아 네티즌을 유도했다. 지식검색과 블로그, 미니홈피 사용이 일반화되자 사기범들은 지식답변과 블로그 게시판, 미니홈피를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법, 10만원으로 10억벌기 등 네티즌을 유혹하는 글을 올리고 가짜 사이트를 링크했다. 이같은 피싱사이트는 처음에는 게임아이템 탈취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탈취 등에 한정돼 있었지만, 점차 그 수법이 과감해지면서 금융정보를 알아내 현금을 탈취하는 금전취득형 공격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수법이 인터넷을 벗어나 오프라인으로 나타난 것이 보이스피싱이다. 처음에는 주로 세금환급 관련 사기로 십여만 원, 많아도 수십만 원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 수법이 점차 대담해지면서 피해액이 커지고, 각종 관공서와 금융기관, 일반 회사를 사칭하기도 하며, 대출회사라고 속여 금품을 가로채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범죄단 연루, 사기죄 기소, 신용카드 연체 등 개인의 피해를 넘어 가족을 납치했다고 위협하고, 동창이나 친척의 사고를 가장한다. 특히 가족을 납치했다는 전화를 하기 전에는 납치할 상대에게 전화를 해 한 껏 욕을 해 상대가 전화를 끊어버리도록 하거나 전화를 하고 끊는 방법을 사용해 통화가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교묘한 수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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