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보안의 시대’를 열자” | 2016.01.03 | ||||||||||||
그렇다고 과거에 대한 향수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1980년대 초기만 해도 은행 등 금융기관 야간 경비는 주로 직원들 담당이었다. 남자 직원들이 돌아가며 숙직을 하며 은행을 지켰다. 1990년대 중반까지도 금융보안이란 개념이 흐릿했다. 은행 보안 얘기를 하니까 과거 기자였을 때 취재했던 사건 하나가 떠오른다. 딱 20년 전인 1996년 2월 설날 전날 일이다. 서울토박이라 고향 내려갈 일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추석, 설날 때 당직 근무를 당연한 듯(?) 했는데 1996년 설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명절 때 근무는 피곤할 수밖에 없다. 다들 쉬는 데 쉬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고향 내려가는 바람에 어차피 몇 명 안 되는 인원으로 근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큰 사건이 터지면 몇 배 고생을 해야 했다. 당연히 대형 사고만 터지지 않기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빌었다. 불행한 예감은 항상 맞는 법이던가. 큰 게 터져버렸다. 요즘은 뜸한데 그 때만 해도 설날이나 추석 무렵에는 은행 강도가 설쳤다. 고향에 빈손으로 갈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었을까. 현금이 제일 많은 곳이 은행이니까, 은행은 명절 강도의 단골이었다. 1996년 2월 16일 오후 늦게 경기도 의정부의 한 시중 은행에 강도가 들이닥쳤다. 돈만 털어간 게 아니라 은행원을 2명이나 살해했다. 현장에 급히 도착하니 은행 뒤 주차장에 피해자들이 흘린 피가 흥건했다. 대부분 보안 사고가 그렇듯이 이 경우 역시 안이한 보안의식이 원인이었다. 은행직원들이 은행에 입금된 현금을 보안요원 없이 직접 승용차에 싣는 순간 숨어있던 범인들이 기습한 것이었다. 도난당할 경우 경보가 울리게 돼 있는 현금수송용 가방 역시 이용하지 않고 여행용 가방으로 돈을 날랐다. 지금은 많은 게 달라졌다. 은행직원이 숙직하는 일도, 현금을 승용차로 나르는 일도 없다. CCTV와 침입탐지 시스템 등 각종 첨단 보안장비가 은행을 비롯해 곳곳을 지키고 있다. 해킹 등 사이버 침해를 막기 위한 보안기술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해 있다. CISO를 비롯한 보안담당자 숫자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지금도 현금을 자신의 승용차로 나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과연 없을까. 보안에 들어가는 돈을 투자가 아니라 아까운 비용이고 ‘버리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을까.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 기업 경영자들이 막상 기업 건강을 위한 보안에 대한 투자에는 아직도 인색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보안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1988년만 해도 담배를 열차나 버스,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 피울 수 있었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보안에 대한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 2016년 새해부터 바뀌길 바란다. 그래서 찬란한 ‘보안의 시대’가 열리는 첫 해로 기록되길 희망한다. [글 시큐리티월드 이창무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장 /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jbalanced@gmail.com)] [월간 시큐리티월드 통권 229호(sw@infothe.com)]<저작권자 : 시큐리티월드(http://www.securityworldmag.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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