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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은 지진, 영화 ‘터널’과 ‘부산행’이 드러낸 현실 2016.09.13

영화 ‘내부자들’이 현실이 됐듯, 재난영화 속 모습이 투영됐던 지진 사태

[시큐리티월드 권 준] 12일 저녁 경북 경주에 아니 한반도 전역에 역대 최강의 지진이 강타했다. 경주 근처가 진앙지였지만, 서울에서도 흔들림을 느낄 만큼 그 충격은 전국을 공포로 뒤덮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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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터널속 한 장면(출처: 네이버 영화)

과거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그리고 일본에서, 필리핀에서, 이탈리아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도 우리 국민들은 사실상 남의 일이거니 했다. 일부 시민들이 부산·울산지역에서의 지진 전조현상을 얘기했을 때도 ‘설마 우리나라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겠어?’라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12일 발생한 지진은 이러한 우리의 생각들을 일거에 바꾸어 놓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동을 느꼈고, 그 생생한 경험담을 SNS에 공유했으며,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지진 대피요령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정부의 재난관리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재난 콘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 문자(그나마 일부는 뒤늦게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없었던 데다가 홈페이지마저 불통이었으며, 국가재난방송사인 KBS에서는 지진 속보 대신 일일연속극을 방송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전 국민의 메시지라는 카카오톡마저 몇 시간 불통되면서 가족들과의 연락에 어려움을 겪었고, 국민들은 카톡 대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외국산 SNS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최근 큰 흥행을 기록한 영화 2편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바로 관객 1,100만을 기록한 좀비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과 터널 속에 갇힌 한 남자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려 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터널’이다. 재난영화라는 큰 틀 외에 영화 속 컨셉과 상황은 전혀 달랐지만, 정부의 미온적 대처 등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12일 발생한 현실속 지진 상황에서도 똑같이 이어졌다.

최근 ‘스폰서 검사’의 낯 뜨거운 실태가 카톡 메시지, 전화 육성 등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영화 ‘내부자들’은 이제 더 이상 영화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았긴 한가?”,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 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그러길래 잘 좀 하지 그랬어, 잘 태어나든가”라는 영화속 대사가 현실을 제대로 꼬집은 명대사가 되어 두고두고 회자되듯이, 이번 지진 사태를 두고서도 아래와 같은 두 영화 속 대사들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안전이 또다시 무너졌습니다. 이번에는 새로 완공된 터널입니다”,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하세요”, “서로 협의를 잘해서 해결하세요”, “아 하루만 더 있다 나오면 세계신기록인데” - 영화 ‘터널’ 속 대사

“왜 그랬어...왜! 다 태울 수 있었잖아”, “대규모 폭력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군대병력을 충원하여 국민여러분들을 안전하게 지켜드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 영화 ‘부산행’ 속 대사

5.8 규모로 우리나라를 덮친 사상 최강 지진이었음에도 우리나라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시민들은 실상 처음 크게 느껴본 지진의 공포 속에서도 피해 상황을 전파하고, 대피요령을 공유하면서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번 지진 사태가 정부 측 대응에도 큰 틀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학습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는 순간, 정부의 재난대응체계는 더 이상 제대로 작동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센 지진, 더 큰 재난은 언제든 다시 우리를 덮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은 더 이상 안 된다.
[글 시큐리티월드 권 준 기자(sw@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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