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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al Advice] 김영란법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2017.01.13

청탁금지법 상의 직무관련성과 그 모호함

[시큐리티월드 하병현] 지금까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만큼 온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법이 또 있었을까 할 정도로 이 법은 그야말로 획기적이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은 시행 후 그 해석을 놓고 여기저기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청탁금지법을 너무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 주는 것조차도 청탁금지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이 법의 도입취지는 좋지만 자칫 그것이 사제 간의 정까지 끊게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업 종사자들도 청탁금지법과 그 해석이 너무 지나칠 정도로 그들의 행동을 제약하기 때문에 어려움과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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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법은 그것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누군가의 자유를 제약하기 마련이다. 청탁금지법도 마찬가지다. 김영란법에서는 그 적용대상자를 ‘공직자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주요 골자는 부정청탁이나 금품 수수와 같은 쌍방적 행위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보니, 그런 공직자 등을 상대해야만 하는 일반인들도 사실상 이 법의 적용대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법은 금품이 오가지 않는 부정청탁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특정 금품 가액(1회 100만 원,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기준으로 그 가액을 초과하는 금품 수수가 있을 때는 어떤 이유로도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한, 그 가액 이하를 수수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런 이유로 공직자 등과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반인들은 이 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만큼 기존에 누려왔던 자유와 행동을 제약받게 됐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해온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고 공직자 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이 법의 준수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우리는 이 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핵심 키워드 ‘직무관련성’
그런데 이 법과 그 해석에는 법을 항상 옆에 끼고 사는 법조인들조차도 헷갈려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직무관련성’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웹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직무관련성에 관한 나름의 판단 기준이 상세히 기술돼 있긴 하나, 내용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한 면도 있다. 그러다 보니 공직자 등이 1회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할 때 애매한 상황이 발생한다.

직무와 관련해 누군가가 공직자 등에게 1회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는 둘 다 과태료를 부과받게 되지만 직무관련성이 없다면 청탁금지법의 규율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직무관련성 여부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1회 100만 원 이하의 금품 수수 상황에서 공직자 등과 그 제공자가 과태료 부과대상이 되는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결정적 기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직무관련성은 법 시행 전부터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소위 3-5-10(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상한선)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다.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해 1회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는 과태료 부과를 받지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이나 선물, 경조사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각각 3만 원, 5만 원, 10만 원의 한도 내에서 수수가 허용된다. 이때 대전제가 되는 것도 바로 직무관련성이다.

직무관련성의 논쟁요소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 없을 때는 1회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이런 경우에는 굳이 위와 같은 예외사유를 둘 필요가 없다. 그래서 소위 3-5-10은 공직자 등의 직무관련성 있는 금품 수수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예외사유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직무관련성의 유무는 공직자 등이 소위 3-5-10의 범위 내에서만 그 수수가 가능한지 아니면 1회 100만 원 이하라면 3-5-10을 초과해도 무방한지와 관련해서도 가장 먼저 판단돼야만 하는 전제 요건이다.

때문에 직무관련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이러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현재 청탁금지법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들 간의 관계와 금품 수수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 및 금품 수수에 따른 직무수행의 영향 가능성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 그 모든 경우에 들어맞는 표준화된 기준을 만들어야만 한다. 이 작업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구체성이 결여된 단순한 기준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구체적 사건을 다룬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도 해당 사건에서만 타당한 것이지 이를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직무관련성 여부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과 차후 법원의 판결 등을 종합해서 고려하되 결과적으로는 판단을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둘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뇌물죄’와의 상관관계
직무관련성에 관한 논란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에 관한 기존 뇌물죄 관련 사건에서의 법원의 태도와 청탁금지법의 규율태도가 다소 다르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법원은 기존 뇌물죄 관련 판례에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뇌물죄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법원은 뇌물죄와 관련된 요건인 직무관련성에 대가성까지 포함해 한꺼번에 판단하고 있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즉,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에 반해 청탁금지법은 제8조 제2항에서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제1항에서 정한 금액 이하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예외사유 중 하나로 앞서 본 3-5-10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청탁금지법의 입법태도는 공직자 등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는 상태에서 1회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예외사유를 살펴볼 필요도 없이 곧바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반면, 직무관련성만 있고 대가성이 없는 금품 수수의 경우에는 3-5-10의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청탁금지법 상의 직무관련성은 대가성 여부를 고려하기에 앞서 그 판단이 먼저 이뤄지다 보니 직무관련성 여부가 구체적 상황이 아닌 당사자들 간의 관계적인 측면에 치우쳐 추상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고, 이처럼 상황 중심의 ‘직무관련성’이 관계 중심의 ‘직무관련자’로 인식됨으로써 판단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해지게 된 것이다.

마무리하며
김영란법이 기존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해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공직자 등과 그 상대방인 제공자의 예측가능성 또한 이 법의 실효성과 연결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국민권익위원회나 법원을 통해 차후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보다 심도 있는 해석이 나와 주기를 기대해 본다.
[글 하병현 법무법인 송현 변호사, 김영란법 사용설명서 저자(songhyun@lawfirmsh.co.kr)]

[월간 시큐리티월드 2017년 1월호 통권 240호(sw@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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