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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의 24시로 본 유괴예방 대책 2007.06.20

유진이의 24시로 본 유괴예방대책


유진이(가명·초등학교 3학년)는 쾌활한 아이다. 성격이 너무 좋아 친구들도 많고, 또 낮선 사람과도 금방 어울려 친해지기 일쑤다. 하지만 유진이 엄마는 그런 유진이의 성격 때문에 불안하다. 특히, 최근 발생한 어린이 유괴사건을 접한 후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경계심을 가져야 하는데…” 과거 같으면 칭찬받을만한 유진이의 성격이지만, 칭찬해줄 수 없는 요즘의 시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유진이 엄마의 이런 불안감은 결국 현실이 됐다. 유진이가 실종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집을 나서다


“유진아! 빨리 일어나, 학교 늦겠다.” 유진이 엄마는 아침마다 전쟁이다. 유진이 아빠를 깨워 직장을 보내는 출근전쟁이 끝나자마자 유진이와는 등교전쟁을 치러야 한다.

요즘 아빠와 늦게 저녁야식을 먹고, 함께 게임을 하는 재미에 푹 빠진 유진이가 아침잠이 많아져 유진이 엄마는 요새 걱정이 많아졌다.


“교과서하고 과제물은 다 챙겼지? 빨리 씻고 나와 어서 밥 먹자.”

“네, 엄마~ 잠깐만요.”

늦었다며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유진이를 보면서 유진이 엄마는 염려가 또 앞선다. “유진아! 요즘 방과 후에 주로 어디서 노니? 저 밑에 공사장이나 길 건너편 공장 쪽으로 가면 안 된다.”


“엄마, 저 늦었어요. 그리고 제가 무슨 애예요?” 벌써부터 다 컸다며,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유진이지만 엄마는 요즘 등교시킬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특히, 최근 유괴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유진이에게 위치추적단말기나 호신장비를 지니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엄마, 저 다녀올께요.” “그래, 차 조심하고 학교 갔다 학원 끝나면 집으로 바로 와, 엄마가 오늘 샌드위치 만들어 놓을께.”

 


학교를 지각하다


“오늘은 지각을 할지도 모르겠네.”

학교를 가는 유진이의 호흡이 거칠어진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집에서 늦게 나온 유진이는 거의 뛰다시피 걸음을 재촉했다. 지각을 한 통에 이쯤 되면 등장해 장난을 치던, 미정이와 수진이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오늘 등굣길은 더욱 을씨년스럽게 다가왔다.


학교 근처에 도착하자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이 보이고, 몇몇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그때서야 유진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유진이는 요즘 통학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TV뉴스에서 본 유괴가 엄마의 말을 통해 ‘엄청 무서운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유진이가 다니고 있는 A초등학교는 주변의 인적이 드물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뉴스에서 유괴사건이 보도된 후 A초등학교 주변에는 학교로 직접 통학시키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부쩍 늘었다. 유진이도 그런 모습을 보곤 했지만 “초등학교 3학년이라면 나도 다 컸다고. 엄마는 올 필요 없어”라고 엄마에게 큰소리를 쳐놨기 때문에 이제 와서 말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공사장에 가다


방과 후, 피아노학원을 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유진이는 단짝친구인 미현이를 만났다.

“미현아! 어디가?”

“어, 유진아~ 나 친구들하고 저 밑 공사장 앞에서 만나기로 했거든. 같이 가자.”

“공사장? 왜 거기서 보기로 한거야?”

“거기에 모래가 많아서 두꺼비집 만들고 놀기로 했거든, 빨리 따라 와.”


유진이는 순간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학원 끝나면 샌드위치 만들어놓고 기다리신다고 곧바로 오라고 하셨는데, 어쩌지?’더구나 공사장은 가지 말라고 그러셨는데….’ 


그러나 유진이는 엄마보단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3학생이었다. 유진이는 잠깐의 고민 끝에 미현이를 따라나섰다. 공사장에 도착한 유진이와 미현이는 그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친한 반 친구들 몇몇과 함께 두꺼비집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주변이 어둑어둑 해질 때까지 놀던 유진이와 친구들은 6시가 넘어서자 하나둘씩 흩어지기 시작했고, 유진이도 집을 향해 일어섰다.  


참고로 유진이가 놀던 공사장은 철근이나 못, 모래, 벽돌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으며, 주변에 있는 고등학생들의 흡연 장소와 아지트로 활용되는 곳이었다.

 


누군가를 만나다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유진이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엄마가 일찍 들어오라고 하셨는데, 너무 늦었네. 어쩌지?’

‘친구들과 어울려 공사장에 갔다고 하면 분명 혼내실 텐데.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유진이는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유괴사건이 TV를 통해 보도되면서 엄마가 최근에 부쩍 더 걱정을 많이 하셨고, 친구들과 어울려 늦게까지 노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엄마한테 어떻게 얘기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유진아~” “네,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래, 너도 잘 지냈지? 우리 유진이 많이 컸네. 아저씨가 맛있는 거 사줄게. 같이 가자.”

“네? 정말요? 와~ 신난다. ” 이렇듯 유진이는 어떤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집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행방불명되다


“안녕하세요. 수진이 어머님 저 유진이 엄마인데요. 혹시 우리 유진이 지금 거기 있나요?”

실망스런 눈빛으로 전화를 끊은 유진이 엄마는 시계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저녁 8시가 가까이 다가오자 유진이 엄마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다. 혹시 빼먹고 전화를 하지 않은 곳이 있나 꼼꼼히 전화번호부를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때마침 TV 뉴스에서는 얼마 전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유괴사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화들짝 놀라 뉴스를 꺼버린 그녀. 결국 혼자 전전긍긍하던 유진이 엄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기로 마음먹는다.

“정말 조금만 더 기다려 봐도 될까요. 유진이가 연락도 없이 이 시간까지 들어오지 않은 경우가 없어서….”


전화기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리는 것으로 봐서 그도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애써 침착하려는 듯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보자고 애써 달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그녀는 전화기를 한손으로 꾹 잡은 채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유진이를 알고 있는 곳은 모두 연락을 해봤다. 이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무작정 기다리는 일 뿐이란 말인가.’

 


돌아오다


“따르릉~”

유진이 엄마는 황급히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엄마 나 집 앞이야. 춘식이 삼촌이 오늘 맛있는 거 엄청 많이 사줬어.”

황급히 계단을 내려가면서 유진이 엄마는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유진이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기 때문이다. 집 앞에 내려가자 유진이와 춘식 씨가 씨익 웃는다. 춘식 씨는 이웃에 사는 사람으로 평소 유진이 아빠와 친분이 있던 사람이었다.


“형수님 걱정 많이 하셨죠? 유진이랑 밥도 먹고 놀다 보니까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된 줄도 모르고…, 죄송합니다.”

유진이 엄마는 사실 화가 많이 났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차마 화는 낼 수 없었다.


“아니에요.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미리 전화는 주세요. 정말 걱정 많이 했어요. 그리고 유진이도 미리 전화하고, 엄마 걱정 많이 했잖아.” 유진이와 춘식 씨가 멋쩍은 듯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유진이 엄마는 이번 소동을 계기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절감할 수 있었다.

 

[월간 시큐리티월드 통권 제124호 권 준, 김용석 기자(inf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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