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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다반사] 병무청의 발칙한 홍보와 세대 차이 2018.01.03

유행어 따라한 군복무요원 접수 공지...재밌기도, 소름 끼치기도
보안 업계 젊은 인재 많지만, 늙은 안내자 역할은 불충분한 것 아닐까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병무청의 군복무요원 접수 공지가 화제다. ‘병무청’이라는 글자가 주는 이미지를 벗고, 연예인을 통해 퍼져나간 ‘내 마음속에 저장’이라는 유행어와 몸짓을 익살스럽게 패러디했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직 못 본 독자들을 위해 화제가 되고 있는 이미지를 병무청 페이스북에서 갈무리하여 첨부한다.

[이미지 = 병무청 공식 페이스북]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어떤 점이 화제가 되고 있는 걸까? 딱딱하고 삼엄할 것 같은 병무청이 이렇게 야들야들한 홍보 이미지를 걸어둔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해당 유행어의 창시자가 99년생, 검사 대상자인 것도 화제의 이유인 듯하다. 어떤 청년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병무청’이 본인을 마음속에 저장했다니 소름이 끼쳤을 수도 있고, 민방위도 마친 어떤 아저씨들은 ‘세상 많이 달라졌네’하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가 제일 먼저 느낀 건 놀라움이었다. ‘99년생이 벌써 군대를 간다고? 99학번이 아니라?’ 기자가 성사될 리 없는 캠퍼스 로맨스를 포기하지 못해 끙끙 앓던 시절에 태어난 아가들이 군인 아저씨가 된다니, 정초에 흘려들었던 나이 듦에 대한 조롱들이 갑자기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지금 가뜩이나 시국도 불안한데, 그 옛날 갓난아기들이었던 99년생들에게 나라를 곧 맡겨야 한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미 젊은이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특히 정보보안 업계에서 20대와 30대는 주인공들이다. 심지어 10대 때부터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암약하는 이들도 많다. 프랑스 영화 ‘해커스’에서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내는 주인공 해커 역시 10대 소년인데, 보안 업계에 있다 보면 이런 설정이 마냥 과장 같지만은 않다. 이미 민방위 끝물에 다다른 기자는 생생하고 젊은 취재원들을 만날 때마다 ‘넌 이 나이 먹도록 뭐했니’하고 자조한다. 이미 99년생들이 국경선을 맡고, 사이버 공간도 맡고 있다. 너네, 언제 그렇게 컸니.

하지만 ‘보안 업계에 젊은 인재들이 많다’는 건 한 번 더 들여다봐야 하는 말이다. 같은 ‘젊은층’이라도 10대와 20대, 30대로 나뉘는데, 이중 진짜 젊은이인 10대는 대부분 범죄와 관련된 행위에 더 많이 연루되기 때문이다. 20대와 30대는 적절히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다. 같은 해킹 재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10대는 보안 쪽보다 범죄 관련 소식에 더 많이 등장하는 건 왜일까.

가장 먼저는 합법적인 보안 강화 행위와 범죄를 위한 해킹 행위의 구분이 미묘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 어떤 분야라도 기술 자체를 익히면, 그걸 사회적 제도 안에서 발휘하는 법을 또 다시 익혀야 하는데, 10대라면 기술까지만 배웠을 타이밍이다. 큰 틀 안에서 자신이 가진 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눈을 기르지 못했거나 막 익히고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완성형이 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자기객관화, 즉 한 걸음 떨어트린 시야를 제공해주는 것, 이건 대부분의 경우 윗세대들의 몫이다.

아이에게 음악을 가르칠 때, 선생은 기술적인 것 외에 음악이 세상을 어떻게 어루만질 수 있는지 꿈꾸게 해줘야 한다. 그저 세계적인 무대의 솔로이스트만을 목표로 하게 해서는 많은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음악이 멎는다. 시인이 돈을 못 버는 시대라고 해서, 모두가 언어의 속살에 가서 닿기를 멈추는 건 인류 전체의 비극이다.

아들과 딸들이 새로운 걸 배우고 익히며 ‘난 커서 이런 저런 사람이 될 거야’라고 예언을 할 때, 그들이 10대를 지나며 환상 같은 미래를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우리 늙은이들이 꿈을 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벌써부터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10대의 미래 보안 전문가들이 범죄 행위와 관련된 뉴스에 심심찮게 실린다는 건, 어느 정도는 꿈꾸지 못하게 했던 우리 윗세대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당신이 직접 그들을 착취했다는 게 아니다. 연봉 외의 가치를 꿈꾸는 걸 ‘중2병’이나 ‘사치’에 빗대어 생각해봤다면, 심지어 누군가에게 그렇게 설파했다면, 분명 열심히 사느라 그랬겠지만, 젊은이들에게 ‘비트코인 외에는 미래가 없으니 가즈아’라는 절망을 가르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것들만 자랑하며 살아왔다면, 그것이 아무리 내 새끼 내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다른 걸 먹고 자란다.

아이를 기르다보면 신기한 것 중 하나가, 아기들은 어디를 가도 아기들을 알아보고 발견한다는 것이다. 같은 세대로의 이끌림은 어렸을 때부터 본능처럼 발생한다. 그 광경은 보면 볼수록 자연스럽고, 그래서 아름답다. 생판 처음 보는 아가가 뒤뚱뒤뚱 걸어와 우리 아들에게 말을 걸면 ‘너희들은 같이 자라 분명 같은 내무반을 쓸 테지’ 하고 예비역 아빠는 흐뭇하게 웃는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실수로든 고의로든 해킹 사고를 일으킬 땐, 보안이라는 분야에서 젊은 세대들을 위해 미래를 꿈꿔줘야 할 늙은 기자로서, ‘그래도 기술은 살아있네’하고 변명할 수가 없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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