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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에서 승리한 망중립성, 아직 환호하긴 이르다 2018.05.18

FCC가 폐지한 망중립성, 상원에서 “재검토 찬성”
망중립성 옹호자들은 승리감 만끽....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망중립성의 개념은 민주당의 오바마 정권이 도입하고, 공화당 소속의 현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 아짓 파우(Ajit Pau)가 폐지한 것으로 볼 수 있듯, 사실상 당쟁 사안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FCC의 결정을 반대하고, 공화당은 찬성한다. 물론 전체가 다 그런 건 아니다.

[이미지 = iclickart]


FCC가 지난 2월 망중립성을 폐지하기로 한 후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Edward Markey) 상원 의원은 의회검토법(Congressional Review Act)에 근거해 FCC의 결정을 취소시킬 근거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FCC의 결정이 취소되려면 에드워드 마키가 상원에서 지지를 받고, 하원의 투표를 통과해,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승인이 나야 한다.

그 첫 절차인 상원 투표가 현지 시각으로 지난 수요일 열렸다. 그리고 52-47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상원 내 민주당 의원이 49명이니 공화당에서도 일부 망중립성을 지지했다는 뜻이 된다. 공화당의 수잔 콜린스(Susan Collins) 의원은 공개적으로 망중립성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고, 공화당의 존 맥케인(John McCain) 의원은 병가로 투표에 불참했다. 이 두 명 때문에 민주당은 이 사안에 있어 처음부터 ‘다수’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개표를 해보니 수잔 콜린스 외에도 존 케네디(John Kennedy)와 리사 머코우스키(Lisa Murkowski) 공화당 의원들도 망중립성 찬성 쪽에 표를 던진 것이 드러났다.

이제 이 사안은 하원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이 장벽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들 중 일부가 망중립성을 지지한다고는 하지만, 이 과반수 상태를 극복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설사 이곳을 통과한다고 해도 마지막은 공화당의 수장이자 아짓 파우를 FCC 의장에 꽂아 넣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러므로 지금 망중립성은 상원을 통과했다고 해도 결국 폐지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그것도 당파 싸움 때문에 말이다.

그러나 망중립성의 본질은 결코 ‘당파 싸움’에 있지 않다. 마키 의원에 의하면 공화당을 옹호하는 시민들 중 망중립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82%다. 민주당 성향의 시민들 중에서는 90%가 망중립성에 찬성하고 있다. 당과 별개로 미국 시민 전체의 86%가 망중립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망중립성의 본질은 무엇일까? 당의 논리와 상관없이,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하는 걸까? 망중립성은 결국 ‘공평하고 완전한 인터넷 사용 권한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하는 입장과 ‘인터넷도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 부딪히고 있는 사안이다. 이중 전자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태다. 왜냐하면 후자의 논리가 통용될 경우 통신사들이 인터넷 속도나 통신 대역폭을 통제하며 무리한 가격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안 업체 베스트VPN(BestVPN)의 온라인 프라이버시 전문가 션 맥그래스(Sean McGrath)는 심지어 “망중립성이 사라지는 순간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중요한 기둥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도 표현한다. “인터넷 접속 권한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게 아니라면, 통신사가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게 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소수의 기술 기업들이 거대한 권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고요.”

이러한 의견은 또 다른 VPN 보안 업체인 오픈VPN(OpenVPN)의 CEO인 프란시스 딘하(Francis Dinha)도 가지고 있다. “통신사들이 다양한 통신 서비스를 내놓고, 그에 따라 임의로 가격을 책정하기 시작하면 기존에는 무료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던 서비스들이 사라지거나 유료로 바뀔 겁니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돈을 내기 시작할까요? 대부분은 아니죠. 그 부담은 기업들이 지게 되고, 온라인 상에서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사업 모델을 새롭게 구상해야 할 겁니다.”

사실 VPN 산업은 망중립성이 폐지되는 것에 환호를 해야 할 입장이다. “돈을 내지 못해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거나 느린 회선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사용자들은 이를 우회할 방법을 모색할 겁니다. 그 방법에 뭐가 있을까요? 강력한 암호화와 난독화 기술을 보유한 VPN 서비스죠. 메이저 통신 사업자들은 암호화와 난독화 기술을 앞세운 VPN 사용자들을 적발하기 매우 힘들 겁니다.” 그렇지만 그런 식의 호황기를 누리고 싶지 않다는 게 딘하의 입장이다.

망중립성이 사라지면 새로운 보안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사기 행위의 활성화다. 돈을 내야만 어느 정도 괜찮은 인터넷 속도를 누릴 수 있게 된다면, 대부분 사용자들은 유료 계정 하나를 구매해 가족들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공유할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계정이 공유되기 시작하면, 수년의 경험으로 우리는 누가 나타나는지 알고 있다. 바로 해커들이다. 보안 업체 쓰레트매트릭스(ThreatMatrix)의 부회장 바니타 판디(Vanita Pandey)는 보안 매체 시큐리티위크(SecurityWeek)와의 인터뷰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자의 25%가 계정을 공유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상원에서의 승리 이후 망중립성 지지자들은 의기양양한 상태다. 거대한 민주주의의 승리가 선포되고 있다. 그러나 투표의 내용을 들여다 봐야 한다. 극소수만 빼놓고는 오로지 민주당 의원들만 찬성표를 던졌다. 이 현상이 하원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하원은 대다수가 공화당이다. 이렇게 워싱턴에서 이 문제를 당파 싸움으로 이해하고 다루는 한, 망중립성은 곧 사라질 가능성이 더 높다. 망중립성이 살아남으려면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전체가 갑자기 변덕을 일으켜야 한다.

그렇다면 보안 업체는 망중립성이 사라진 이후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 계정과 크리덴셜을 훔치려는 해커들의 노력과 공격 시나리오를 미리 설정해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일 수 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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