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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도 넘치는 날에 맨홀에 앉아 센서 옆에 차고 2018.10.08

근대화와 함께 갖춰진 도시 인프라 중 노화된 것들 많아
사물인터넷과 데이터 분석 기술로 하수도 시스템 관리 효율 높이기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우리 사회에는 굉장히 오래된 기반 시스템들이 존재한다. 이것들은 디지털화 혹은 현대화의 물결에서 무시되기 일쑤다. 연구와 조치 대신 ‘아무 일도 없겠지’라는 희망이 자리잡는다. 하지만 이 희망은 매우 비싼 대가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사회 기반 시스템이기 때문에 실제로 뭔가 안 좋은 일이 발생했을 때 복구하는 데에 긴 시간이 들기도 한다. ‘희망’은 네트워크와 인프라 관리에 있어서 절대로 불필요한 요소다. 이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각종 오물을 생활 공간으로부터 멀리 떨어트려 놓는 하수도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미지 = iclickart]


만약 이 하수 시스템 어딘가에 구멍이 생겨서 하수와 오수가 새기 시작한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환경이 오염된다. 하수와 오수가 스며든 곳에 사는 모든 생물들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데, 여기엔 당연히 사람도 포함된다. 그곳을 담당하는 관리 기관이 있다면 아마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할 것이다.

그렉 퀴스트(Greg Quist)는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이론물리학 서적들을 파고들 때 자신이 하수구 문제와 엮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학원을 나와 미국 정부 기관에 들어가 스텔스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캘리포니아에서 어떤 거주지 개발 연구를 진행하다가 하수도에 빠지기 전까지 그는 하수도 시스템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하수구에 빠졌다는 건 비유적인 의미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퀴스트는 해당 지역의 공무원들은 물론 정치인들과도 알게 되었다. 시장은 퀴스트에게 수도 관리 위원회에 가입해달라고 제안했다. 그 때 퀴스트는 처음으로 수계(water system)에 대해 알게 되었다. 상수도와 하수도를 접하게 되었으며, 물과 관련된 시스템에 어떠한 문제들이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엔지니어링 전문지식을 적용해 이 문제들에 접근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의 경력 경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퀴스트는 자신이 찾아내고 수집하고 저장한 데이터들에 대해 2018년 9월에 발표했다. 뉴욕에서 열린 2018 스트라타 데이터 컨퍼런스(Strata Data Conference)에서였다.

퀴스트는 스마트커버 시스템즈(SmartCover Systems)라는 회사를 창립하고, 이 회사를 통해 하수도 네트워크를 보완, 유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퀴스트가 들여온 것은 사물인터넷 기술이 탑재된 센서들이었다. 이 센서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 데이터들을 회사의 데이터센터에 호스팅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네트워크의 어떤 부분에 수리와 보완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이건 일종의 심전도 검사와 같은 겁니다. 심장박동을 듣는 거죠. 만약 이 박동에서 이상한 패턴이 발견되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죠? 마찬가지로 하수구 데이터들도 일종의 심박을 생성해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상 현상이 발견되면 곧바로 유지 보수 작업이 들어도록 고객들에게 경고를 보내줄 수 있는 것이죠.”

이 ‘심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스마트커버가 사용하는 센서들은 초음파 기술과 스마트커버가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조합되어 있다. 이를 통해 수위를 측정하는데, 이 센서들은 맨홀 뚜껑 밑부분에 부착되며, 어느 정도의 데이터 분석을 자체적으로 해내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기기들이 하수구에 부착되기 시작한 게 2005년이니 사물인터넷이니 데이터 분석이라는 개념이 널리 자리잡기 전이었다. 퀴스트에 의하면 “당시 이러한 기술을 ‘고도로 분산된 지능’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센서가 분석도 자체적으로 하는 이유는 노이즈를 걸러내기 위함이다. 그리고 쓸모가 있는 데이터만을 중앙 서버로 전송하는데, 전송 비율은 약 시간 당 10바이트 정도였다. 퀴스트는 “하루에 약 두 번 정도 수위가 올라갔다”고 말한다. “늦은 오후와 이른 저녁입니다. 사람들이 샤워를 제일 많이 하거나, 변기 물을 내리거나, 음식을 할 때죠. 그런데 약 세 시에 수위가 올라간다? 평상시와 다른 패턴이기 때문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하수 시스템에 대한 모니터링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활용된다. 하나는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하수도 관리자에게 이를 알려 조치를 취할 수있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집된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해 장기적인 유지 보수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하수가 넘치거나 새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퀴스트는 설명한다. “나무 뿌리가 수도관을 파고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흔한 일입니다. 그 틈새를 통해 하수가 새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하수관이 지방이나 기름기로 꽉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역시 흔히 발생하는 일이죠. 기름기 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우리 혈관도 그렇게 된다죠.”

이렇게 뿌리나 기름기로 파이프에 이상이 생긴 경우, 긴급히 청소를 해줘야 한다. 이는 관리 사무실에서 담당자 스케줄을 짜고 인력을 배치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장기적으로 관찰했을 때 발견되는 패턴이 있다면(즉, 유독 자주 막히는 부분이 있거나, 나무 뿌리의 공격에 자주 당하는 구간이 있다면)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처법을 만듦으로써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커버의 고객이었던 샌안토니오 워터시스템(San Antonio Water System)에서 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10만개가 넘는 맨홀로 구성된 하수도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는 기관이었는데, 이중 540개에 스마트커버의 센서를 설치했다. 이것만으로도 지출이 75%가 줄었다고 한다. “다른 걸 특별히 한 게 아닙니다. 수집된 데이터를 가지고 유지보수 스케줄을 새로 짰을 뿐입니다.” 퀴스트의 설명이다. “인력과 자원 배치가 효율적으로 되고, 거기에 사고 자체가 줄어드니까 돈을 크게 아끼게 되는 것이죠.”

그 외 미국에는 하수와 오수를 한 개의 관으로 수집해 처리하는 하수도 시스템이 약 780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스템들은 1972년의 수질오염방지법(Clean Water Act)가 제정되기 전에 구축된 것으로, 대부분 미국 동북부에 존재한다. 이 노화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못해도 1조 달러의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물론 퀴스트도 “이 돈을 들여서라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고 말한다. “다만 착공하기 전까지 사물인터넷 기술을 써서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시키는 것은 고려해볼 만합니다. 지금보다 나은 하수 시스템이 들어서기까지 시민과 환경의 안전을 조금 더 지켜낼 수 있을 테니까요.”

하수도 문제는 영광스럽지도, 쉽지도 않은 과제다. 그러나 현대의 사물인터넷과 데이터 분석 기술이 있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깔끔하고 효율 좋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환경을 살리고 사람도 살린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건 사물인터넷 기술 분야에서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 간단한 기술로 하수도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경험입니다.”

3줄 요약
1. 지상 위는 날로 화려해져 가는데, 지하 시스템은 노화되어 가고.
2.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하수도 시스템들, 모른 척 할 수 없음. 환경 오염 및 인간 생명과 직결된 문제.
3. 사물인터넷과 데이터 분석 기술 활용해 생각보다 간단하게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는 전문가 사례 등장.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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