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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논란-2]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18.10.26

대한의사협회, 환자와 의사간 불신 조장하고 여러가지 부작용만 양산

[보안뉴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서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그에 따른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CCTV로 촬영된 동영상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보관과 관리 등에 각별한 보안이 요구되고 있다.

당초 CCTV의 도입 목적은 범죄 예방 및 화재 등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며, 공공기관은 사생활 보호 및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행정예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설치의 가부를 결정하고 있다. 그만큼 제한적인 영역에서 설치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iclickart]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는 10월 초부터 안성의료원 수술실에 시범적으로 CCTV를 운영하고 있고, 내년부터 도 산하 6개 의료원을 대상으로 전면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술실은 의료진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배운 지식과 모든 경험을 동원해 분초를 다퉈가며 치열하게 병마와 싸우는 공간이다.

이러한 수술실 공간에 공공도로나 공공기관에서조차 여러 단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는 CCTV를 설치 운영한다는 발상부터가 부적절하다. 그렇기에 이와 관련한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으로 인해 의료진의 의료행위가 위축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할 치료행위가 소극적, 방어적으로 흐르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음으로 환자의 민감한 신체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특정 신체 부위가 여과 없이 촬영돼 기록되고 외부로 유출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보안전담팀이 있는 카드사 등 금융권에서도 개인정보가 빈번히 유출되고 있고, 날로 진화하는 해커들의 기술이 해킹을 막고자 하는 쪽보다 앞서나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술실의 촬영 영상에 대한 안전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 실제로 성형외과 등을 악의적으로 해킹한다면 수술 사진 등을 유출해 환자에게 영상 유포를 빌미로 협박을 하는 등 제2, 제3의 피해가 속출될 수 있다.

환자 뿐 아니라 의료진의 인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환자의 동의하에 CCTV를 촬영하겠다는데, 또 다른 당사자인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동의는 필요치 않다는 것인지, 의료진의 인권은 무시되어도 무방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경기도에서는 의료진의 동의도 받겠다고 했지만 과연 도에서 추진하는 일에 의료원 소속 신분인 의료진이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동의했을지 의문이다.

한편,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의료분쟁을 해결하는 기능을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다. 의료분쟁은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관계가 무너짐에 따라 일어나는 것인데, CCTV 설치는 오히려 의료분쟁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의사는 감시받는 듯한 상황에서 수술을 집도해야 하고 환자는 충분히 성공적인 수술결과에 대해서도 본인이 만족하지 못할 경우 CCTV 열람을 요청할 것이다. 신뢰를 회복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신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결론적으로 환자와 의사간 불신을 조장하고 여러가지 부작용만 양산할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그리고 무너진 신뢰관계 회복을 위해 모두가 동의하는 바람직한 방안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의사에게는 전문가로서 존중받으며 진료와 수술에 집중토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하고, 환자에게는 의료진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안심하고 안전하게 진료와 수술을 받도록 도와주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의사는 범죄행위를 할 것이 의심되어 감시당해야 할 존재가 아니다. 환자 또한 범죄행위를 염려하여 불안한 마음으로 수술대에 올라가선 안 될 것이다.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의료인과 환자 모두 다시 한 번 되뇌어볼 때다.
[글_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macht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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