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돌길 사이에서 안전한 경로를 찾아가며 | 2018.12.24 |
겨울 산 속에서 뒤통수 다치는 아이가 더는 없도록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안전을 기한다는 건 무엇일까. 빙판길 위를 미끄러지는 것처럼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하고 소비하는 시대에서, 보안은 어떤 안전장치가 되어야 할까. 사람들이 가야 할 길을 결정해준다는 건 어느 정도의 권한을 전제로 하는 말일까. 한 가지 보안 조치로 우리가 진짜로 얻어야 할 것은 안도일까 교훈일까 아니면 시간일까. 처음에 큰 그림으로 그려둔 계획을 바꿀 수 있을만한 난관은 무엇일까. 해결하고 보면 수많은 난관들이 속임수라는 게 드러나는데, 그런 난관이라는 게 있긴 한 걸까. ![]() [이미지 = iclickart] 하루는 아이가 뒤통수를 감싸면서 엉엉 울고 집에 들어왔다. 계단에서 넘어졌단다. 집 가까이에 울퉁불퉁한 큰 돌들로 만들어진, 한 8단짜리 계단이 있었는데 언덕 밑으로 내려가는 지름길이라 아이들도 많이 이용했다. 문제는 돌들이 경차의 본네트 정도 크기라 아이들에게 마냥 친절하지만은 않다는 것이었고, 초겨울 아침 이슬이 얼어붙기라도 하면 어른들도 엉덩방아를 찧을 수밖에 없는 면적들이 생겨난다는 것이었다. 산이라 겨울이 일찍 도착하니 벌써부터 돌들 옆으로 비공식적인 흙길이 하나 나기 시작했지만, 계단 오르내리는 걸 일종의 챌린지 쯤으로 여기는 아이들의 발자국이 찍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가을에 저희들끼리 깔깔거리며 계단에서 놀던 아이들을 보며 불안하던 아빠의 마음은 겨울 초입부터 확신이 되었다. 반상회 때 계단 이야기가 나왔고, 아빠들이 주말에 계단 옆으로 난간을 놓아주기로 했다. 밧줄이 들어갈 수 있는 고리가 용접된 비계 파이프와 밧줄, 만화에서나 보던 커다란 망치인 오함마가 준비됐다. 약속된 주말, 아빠들끼리 모여 돌 계단의 동선을 의논했다. 바위들이야 사람의 힘으로 파내고 옮길 것이 아니었으니 그대로 두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그 옆 흙길이었다. 난간을 그 흙길 바깥으로 박으면 비공식 경로가 공식화 되는 것이었다. 마을 전체가 이용하는 길인만큼 돌만 깔끔하게 나와 있는 계단이 보기 좋다는 의견인 아빠들은 파이프를 흙길 위에 박자고 했다. 줄을 잡고 계단을 오르내리게 될 것이니 안전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이미 어르신들을 포함해 걸음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흙길을 밟으면서 안전하게 언덕을 올라오는 걸 선호하는 마당에 강제로 동선을 지정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시내에 있는 마트라도 갔다와 짐을 많이 날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난간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흙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대신 흙길이 더 확장되지 않도록 한계를 정해주는 곳에 난간을 설치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가장 안전하기 위해,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흙길이 아니라 돌길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바위 옆에 바짝 붙인 난간도 흙길 쪽 난간 반대편에 만들기로 했다. 파이프 박힐 곳을 정하기 위해 아빠들은 각자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을 흉내 내며 그 계단을 오르내렸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1~2cm 정도의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난간을 박는 커다란 목적(안전 + 비공식 길 확장 방지)이 정해졌기 때문에 결정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돌아가며 오함마를 휘둘러 파이프를 깊이 박고, 로프를 최대한 팽팽하게 묶어두었다. 중간에 난관이 있었다. 결정된 경로 상에 계단이 되지 못한 커다란 바위가 숨어있었던 것이었다. 삽 끝에서 불꽃이 팍팍 튀기는가 하더니, 곡괭이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심상치 않았다. 드릴을 가져와 돌려보았지만 돌가루만 힘없이 피어오르다 가라앉았다. 도대체 어떤 놈인가 파악하려고 주변 흙을 치워갔더니, 말을 몇 마리 가져와서 끌게 해야 움직일 정도의 큰 바위가 나타났다. 물론 우리에겐 말이 없었다. 의견이 나뉘기 시작했다. 이건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으니 경로를 수정해야 한다는 쪽은 근처에서 부드러운 흙바닥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 정한 경로가 가장 이상적이니 이 돌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쪽은 오함마로 돌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로를 수정하려니 여태까지 박았던 파이프를 다 뽑아내야 할 정도로 근처에 흙바닥이 없었다. 바위를 내려치던 오함마는 대가리가 덜렁거리기 시작해 멀찍이 치워버렸다. 그런데 주변에서 흙바닥을 찾느라 땅을 파고, 망치로 바위를 내려쳐 자꾸 진동을 전달하니 어느 새 그 숨어있던 돌이 모습을 반쯤 드러냈다. 아빠 한 명이 이리 저리 형세를 살피더니 파이프를 돌 밑뿌리에 박았다. 그리고 그걸 지레 삼아 체중을 심어 파이프를 눌렀다. 경차 본네트 같던 바위가 살짝 들렸다. 모두가 분명히 봤다. 다들 파이프를 들고 바위 밑에 찔러넣었다. 아빠들의 체중이 곱절이 되었다. 바위도 그만큼 더 뜨기 시작했다. 의견을 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아빠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돌은 흙길에 커다란 구멍을 낸 채 언덕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아이들은 여전히 계단을 깡총깡총 뛰어다닌다. 하지만 자기들도 뒤통수 부딪히는 건 싫기 때문에 줄을 잡고 논다. 무릎이 안 좋은 어르신들은 한 손엔 지팡이를, 한 손엔 난간 줄을 잡고 흙길을 오르신다. 양쪽이 모두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 초겨울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리고 다음 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하기에, 관찰의 눈을 거두지 않는다. 난간으로도 어찌할 수 없다면 연탄재라도 뿌리고, 멍석이라도 깔아야 할 것이다. 결국 난간으로 번 것은 차후 대책을 더 고민하고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제부터 아무도 넘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상태만으로도 충분한 작업이라고 안심해도 되겠지만 말이다. 안전을 기한다는 건 무엇일까. 빙판길 위를 미끄러지는 것처럼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하고 소비하는 시대에서, 보안은 어떤 안전장치가 되어야 할까. 사람들이 가야 할 길을 결정해준다는 건 어느 정도의 권한을 전제로 하는 말일까. 한 가지 보안 조치로 우리가 진짜로 얻어야 할 것은 안도일까 교훈일까 아니면 시간일까. 처음에 큰 그림으로 그려둔 계획을 바꿀 수 있을만한 난관은 무엇일까. 해결하고 보면 수많은 난관들이 속임수라는 게 드러나는데, 그런 난관이라는 게 있긴 한 걸까.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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