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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못 빼낼 게 어디 있니? 2007.10.11

금융정보제공 벤처기업, 불법 해킹사범 적발사건

 


오늘날 산업기술 유출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그저 영화에서만 보던 외부 침입자가 소형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특히, 네트워크의 발달은 산업기술 유출의 편리함(?)을 한층 가속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즉, 집에 편히 앉아서도 산업기밀을 유출할 수 있는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이 기사는 실제 산업스파이 사건을 재구성한 것임.


증권회사와 투자자문회사 등에게 투자분석 및 결정에 필요한 금융정보를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가공해 제공하는 Y기업은 벤처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근 1년 만에 회사 최대 매출을 기록해 Y기업의 사장은 직원들과의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자, 오늘은 마음껏들 들라고. 자네들 없었다면 우리 회사가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하지 못했을 거야. 정말 고생들 했네.”

사장이 돌린 잔을 받은 신현성(가명·30세) 개발1팀장과 설남현(가명·28세) 개발2팀장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단숨에 잔을 비웠다. 하지만 이 둘의 눈빛은 다른 직원들의 눈빛과는 분명 달랐다.


욕망과 죄책감, 그 사이


회식자리를 끝내고 신현성 개발1팀장과 설남현 개발2팀장은 같은 택시를 탔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더니 이윽고 신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쪽은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겠지? 절대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돼. 우리는 죄를 짓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동안 만들어왔던 우리 것을 가져가는 것뿐이라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달리는 택시의 창문을 통해 한강을 바라보던 설 팀장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안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설남현 팀장은 신현성 팀장과는 달리 Y기업의 창립 멤버다. Y기업 대표와는 형과 동생 사이라고 할 정도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이런 이유로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팀장이라는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것이 끝이 없다고 했던가. 좋은 조건과 위치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공에 대한 욕망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결국 이런 욕망이 현재의 그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 뭔가 결심을 한 듯 그는 입을 열었다.

“걱정마세요, 신 팀장님. 모든 것이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으니까요.”

짧은 답변을 남기고,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의 세상을 응시했다.


불만


최근 Y기업이 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것은 금융정보 데이터베이스와 금융정보를 자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이 사업은 정보통신부로부터 벤처자금을 지원받는 등 순수 개발비용만 약 30억원이 투자될 정도로 Y기업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이었다.


한편, 이 프로젝트의 핵심인물들은 바로 신현성 개발1팀장과 설남현 개발2팀장이었다. 이들은 관련 프로젝트의 최초 기획부터 실무적인 사업진행까지 모든 것을 담당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벤처기업답게 프로젝트의 진행은 막힘없이 진행됐고, 이제 이들에게 남은 것은 ‘성공’이라는 단어 하나뿐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신 팀장과 설 팀장은 목표를 위해 자신의 팀원들과 밤샘작업도 마다 않고, 사무실에서 또는 집에서도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했다. 그러나 이들의 불만은 이때부터 조금씩 쌓여갔다.


매일 야근을 반복해가며, 심신이 지쳐갔지만 회사는 이들에게 어떠한 처우개선도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직원들과 똑같은 연봉을 책정해 형평성에서도 어긋나는 경영정책을 구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들은 타 부서 직원들에게 “그러게 회사를 위해 일해 봐야 축나는 건 건강뿐이라니까”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결국 이들은 지금까지 개발해온 관련 프로젝트 모두를 자신들이 갖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지능적 범죄


프로그래머들답게 기술유출도 치밀하게 이뤄졌다. 이들은 Y기업의 서버에 부정 접속할 수 있는 백도어격인 ‘Research.asp’ 프로그램을 데이터베이스 서버에 심어놓았다.


이후 신 팀장과 설 팀장은 계획대로 Y기업을 그만뒀다. Y기업 입장에서도 이들이 개발해오던 프로젝트가 거의 완성돼 있었고, 높은 연봉을 요구하는 이들이 자진해서 사표를 내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신 팀장과 설 팀장은 회사를 그만둔 뒤 D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미리 Y기업 데이터베이스에 심어놓았던 프로그램을 이용해 Y기업의 서버에 있는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다운받아 사용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퇴사시 Y기업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핵심 프로그램인 밸류와이즈, 에셋와이즈 등의 실행파일 및 소스코드를 복제해 나와 다른 증권사의 요청에 맞도록 개작해 사용하는 방법도 구사했다.


이들은 결국 검찰 내부의 산업기밀유출 특별수사대에 의해 꼬리가 밟혀 구속되는 신세가 됐지만, 이들이 행했던 범죄는 실로 지능적이면서도 치밀하게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월간 시큐리티월드 통권 제129호 김용석 기자(inf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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