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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비식별정보 활용’ 무혐의 조치... 비식별정보 활성화 물꼬될까 2019.07.26

서울고검, 2017년 시민단체 12곳이 기업·기관 24곳 상대로 낸 비식별정보 활용 고발건 최종 무혐의 처분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시도할 부분 생긴 것”... “안전한 비식별정보 활용에 적극 나서야”

[보안뉴스 양원모 기자] 개인을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게 처리한 ‘비식별 개인정보(비식별정보)’의 활용이 현행법 위반이라는 시민단체의 고발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3년째 중단돼 있던 비식별정보 활용의 길이 열리게 됐다. 비식별정보가 개인정보보호법(개보법)이 규정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미지=icilckart]


서울고검은 지난 6월 27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인권 등 시민단체 12곳이 2017년 기업 20곳, 전문기관 4곳을 개보법,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한 항고를 최종 기각했다. 이 소식은 약 20일 뒤인 지난 17일 김경진 민주평화당(국회 과방위)에 의해 알려졌다.

김 의원 따르면, 고검은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치를 거친 정보는 개보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로 볼 수 없다며, 만약 개인정보로 볼 소지가 있다고 해도 이를 활용한 기업·기관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른 것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정부는 2016년 6월 빅데이터 활성화 및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총 21장짜리 가이드라인에는 비식별조치의 단계별 기준, 지원 방법, 재식별 시 법적 제재 수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참고 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방법도 제시했다. △가명처리 △총계처리 △데이터 삭제 등이다.

가명처리는 이름, 출신 학교, 근무지 등을 가명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원래 이름을 ‘홍길동’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총계처리는 통곗값을 적용해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다. 각자 나이가 다른 3명의 소득 값을 나타내고 싶다면, 3명 나이의 평균값을 구해 소득 값과 결합하는 식이다. 데이터 삭제는 원본 정보 일부를 지우는 것을 말한다. ‘서울시 마포구 마포동’이라고 하면 ‘서울시’ 또는 ‘서울시 마포구’라고만 쓰는 식이다.

가이드라인 발표에 따라 일부 기업은 비식별정보를 결합해 자사의 빅데이터 서비스에 활용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등 전문기관 4곳은 기업의 비식별조치 적정성 평가 등을 담당했다. 그러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12곳은 2017년 11월 이들 기관과 비식별정보를 활용한 기업 20곳을 개보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개보법 등이 규정하는 사전동의, 목적 외 이용 및 제3자 제공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기존 비식별정보가 개인을 특정할 수 있게 되돌리는 ‘재식별화’ 위험도 크다고 주장했다. 이후 기업, 기관의 비식별정보 활용은 전면 중단됐다.

사건을 맡은 서울지검은 1년 5개월여의 검토를 거쳐 올해 3월 25일 대해 기업, 기관들에 무혐의 처분(불기소)을 내렸다. 검찰은 “비식별정보 결합물이 암호화 등 적절한 비식별조치를 취해 특정 개인을 특별할 수 없어 개보법에 따른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만약 개인정보라고 해도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랐기에 법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이에 불복한 시민단체들이 서울고검에 항고를 진행했지만, 고검도 같은 이유로 기각한 것이다.

고발 대상에 포함됐던 한 기업 관계자는 검찰의 무혐의 조치에 대해 “기업으로선 조금 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서 쌓이는 데이터, 고객이 제공에 동의해서 받는 데이터는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된다”며 “기준과 원칙을 준수하면서 (기존) 빅데이터를 잘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의원은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이른바 ‘개·망·신법’이라 불리는 ‘데이터 경제 3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논의가 지체돼 산업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행히 검찰이 비식별정보 활용의 물꼬를 터준 만큼 이제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개인정보 유출·침해의 역기능은 최소화하면서도 안전한 비식별정보의 활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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