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호 삼성테크윈 광디지털시스템사업부 부장 | 2005.11.21 | ||||
“그를 빼고 CCTV에 대해 논하지 말라”
기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담당분야에서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신뢰할 수 있는 취재원을 갖길 원한다. 이는 기자에게도 예외가 아니어서 산업보안, 영상보안, 출입통제 등 보안 전 분야에서 주요 취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다행스럽게도 각 분야별로 우선 떠오르는 사람이 몇 명쯤은 있다. 그 가운데서도 영상보안 분야, 좀 더 구체적으로 CCTV 카메라 하면 그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국내 CCTV 카메라 제품개발의 첫 장을 열었고, 이제는 일본 제품을 뛰어넘는 세계 제1의 CCTV 카메라를 만들겠다는 사람. 집에서조차 일에 파묻혀 지내는 지독한 ‘워커홀릭’이면서도 자신의 일을 즐길 줄 아는 사람. 삼성테크윈 광디지털시스템사업부의 유명호 부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1980년대는 CCTV 카메라라는 이름조차 매우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특수한 곳에서 그마저도 쉬쉬하며 사용했던 제품이었고, 그 제품 한 귀퉁이에는 ‘Made in Japan’이라는 제조국 표시만이 존재하던 때였다. 더군다나 당시 국내 보안시장은 센서에 감지되면 경보를 울려주는 알람 시스템이 주류를 이루던 상황이었다. 이렇듯 열악한 시장상황에서도 CCTV 카메라의 성장가능성을 처음 예견하고 회사 측에 제품개발을 건의했던 게 유명호 부장이 CCTV 카메라와 맺은 인연의 시작이었다. 일본제품 꺾을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의 CCTV 카메라 개발은 사실상 전무했어요. 일본의 소니와 마쓰시타 등 일부 일본기업만이 제품을 내놓은 상태였죠.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만간 보안시장도 비주얼 마켓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겁니다.”
1989년 당시 회사에서 영상신호처리기술 관련연구를 진행하던 유명호 부장은 그보다 1년 전인 1988년 일본에서 디지털 스틸 카메라가 출시되고, 27만 화소의 CCD 카메라가 최초로 등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여기에 CCD 기술이 VLSI, LCD와 함께 3대 신기술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차세대 사업 아이템을 찾던 유 부장에게 CCTV 카메라 분야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향후에는 보안시장의 중심이 기존 센서 시장에서 영상보안 시장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견했던 그는 CCD를 채택한 컬러 CCTV 카메라 개발을 완성해냈다. 이어 1993년에는 디지털 기술이 본격 채용된 CCTV 카메라를, 1996년에는 WDR(Wide Dynamic Range) 기능이 채용된 CCTV 카메라를 이스라엘 업체와 공동개발해 국내 최초로 출시하는 등 그가 개발하는 제품에는 항상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CCTV 카메라 분야에서 그 당시만 해도 넘기 힘들었던 일본이라는 거대한 벽이 여전히 그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
여기서 그의 오기와 자존심이 발동했다. 일본기업에게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양보하고 싶지 않았던 유 부장은 회사에서 강점을 보이는 광학 및 영상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CCTV 카메라 개발에 매진한다면 일본보다 앞선 고성능의 CCTV 카메라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제품과는 다른 그 ‘무언가’가 필요했다. 유 부장은 그 무언가를 독자적인 DSP(Digital Signal Processing) 칩의 개발이라고 봤고, 이때부터 DSP 칩 개발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이의 성과로 1세대, 2세대, 2.5세대 DSP 칩이 순차적으로 개발됐으며, 올 연말 완료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인 것이 바로 3세대 DSP 칩이다. 유 부장은 DSP 칩에 포함된 기능에 따라 제품군을 세대별로 구분했는데, WDR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1세대에서 WDR 기능이 칩 안에 내장된 2세대로, 그리고 여기에 독자적인 칩셋을 접목시킨 2.5세대 CCTV 카메라로 발전해왔으며, 현재 2.5세대 제품이 회사의 주력상품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15년 이상을 CCTV 카메라를 비롯한 영상기기 개발에 매달려 왔던 유명호 부장. “1세대 제품만 하더라도 일본제품보다 성능에서 떨어졌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2세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제품과 비슷하거나 조금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올해 말 출시예정인 3세대 제품군에서는 일본제품과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을 겁니다.”
이렇듯 일본제품을 제쳤다고 언급하는 대목에서 목소리에 유독 힘이 들어가는 유명호 부장. CCTV 카메라 분야의 종주국인 일본제품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결국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으로 표출된 게 아닐까. 그러나 국내 CCTV 업계와 시장상황에 대해 설명할 때는 안타까움과 우려의 말로 바뀌었다.
네트워크와 디지털, CCTV의 미래다 유명호 부장은 CCTV 시장에 있어 올해를 가장 변화가 큰 시기라고 말한다. 보다 고기능의 제품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라는 것. 그러나 국내업체들의 경우 이러한 추세를 따라오지 못하고, 낮은 가격으로만 승부하려는 경향이 높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국내제품과 비슷한 기능에 가격은 훨씬 내려간 대만과 중국제품으로 인해 전 세계 대형 유통업체들을 대만·중국기업에 빼앗기고 있다고 아쉬워한다. 국내업체들이 로우엔드 시장에서는 대만·중국기업에, 하이엔드 시장에서는 일본기업에 끼어 고사상태 일보직전에까지 이르렀다는 우려다.
유명호 부장은 "CCTV 카메라 분야는 비단 보안 분야뿐만 아니라 화상 센싱 및 처리기술, 더 나아가 이번 지능형 감시/경계형 로봇 개발 프로젝트처럼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주요 기반기술이므로 국내업체들도 이에 확실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전 세계 CCTV 카메라에 채용되는 대부분의 CCD는 소니와 마쓰시타 제품입니다. 이는 국내시장도 예외가 아니죠. 국내 중소업체들은 여기에 DSP 칩까지 이들 두 회사의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다 보니 제품의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이로 인해 비슷비슷한 기능의 제품들이 가격경쟁만 하고 있는 셈이죠.”
유 부장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국내 CCTV 카메라 업계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전 세계 시장의 80~90%를 앞서의 두 업체가 점유하고 있는 CCD는 그렇다 치더라도 DSP 칩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만은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함에도 국내 중소업체들은 이를 개발할 여력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일본기업에 종속되어 있다는 현실이 유 부장이 보는 국내 CCTV 카메라 업계의 현주소인 셈이다.
그럼 이런 총체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역시 차별화된 제품개발 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독자적인 알고리즘이나 DSP 칩 개발이 필수라는 유 부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동종업체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개발에 나서거나 국내 대기업과의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 부장은 이와 함께 CCTV 카메라의 기술발전 추세를 읽고, 이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러한 기술추세의 핵심은 역시 ‘디지털’과 ‘네트워크’다. 현재 CCTV 카메라에 디지털 기술이 채용됐다고는 해도 아직 출력단계에서는 아날로그 출력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디지털 출력을 가능케 하면서도 얼마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느냐, 그리고 CCTV 카메라에 네트워크 기능이 강화되는 추세를 제품에 얼마나 잘 반영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향후 CCTV 카메라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는 키포인트가 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국가대표 CCTV 엔지니어로서 15년 이상을 CCTV 카메라를 비롯한 영상기기 개발에 매달려왔던 유명호 부장의 삶 가운데 가장 기뻤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그는 과거가 아닌 얼마 남지 않은 미래가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한다. “현재 3세대 DSP 칩을 채용한 CCTV 카메라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돼 올 연말 출시를 앞두고 있어요. 이 제품은 일본제품을 확실히 능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마 그 제품이 나올 때가 가장 기쁜 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한 가지를 더 꼽으라는 질문에 1990년대 초반 컬러 영상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컬러 CCTV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하고, 이를 통해 국산제품이 인정받기 시작했던 때라고 말하는 그는 영락없는 우리나라의 ‘국가대표 CCTV 엔지니어’다.
이렇듯 국내 CCTV 산업을 견인해온 그가 CCTV 카메라 개발에 있어 어려워하는 것도 있을까. “CCTV 카메라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시키는 일은 물론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이렇게 개발된 제품을 평가하는 기술이에요. 지금까지 없던 기술을 평가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평가 틀을 만드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니까요.” 한 마디로 이렇게 잘 만들었는데, 이를 어떻게 많은 이들에게 객관적으로 증명시키면 좋을까라는 자신감이 깃든, 역시 그다운 대답이다. 가장 많이 알면서도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 유명호 부장은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란다. 올 연말 출시를 목표로 한 3세대 CCTV 카메라 개발작업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지능형 감시·경계용 로봇 개발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번 지능형 감시·경계용 로봇 개발 프로젝트는 군 또는 국가 주요 기반시설 등의 경계인력을 대신하기 위한 것으로, 로봇은 주·야간으로 경계지역에 접근하는 물체를 시·청각 센서를 이용해 스스로 인지·추적하며, 필요시 사격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침입자를 조기에 제압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청사진 하에 추진되고 있다. 또한, 로봇통제센터에서 화상분석을 통한 로봇 임무 재설정 등 통제명령이 가능하도록 경계 도중 획득하는 영상자료를 컬러로 실시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게 유 부장이 밝힌 프로젝트의 골자다.
“이번 프로젝트는 차세대 신성장 동력사업에 해당하는 매우 중요한 국책사업입니다. 감시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든다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어요. 즉,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위험상황을 판단하는 사람의 역할을 로봇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죠.”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로봇에 내장될 카메라가 핵심이고, 그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 중인 3세대 DSP 칩이 채용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해온 일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니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기술을 접목시키는 프로젝트라고 할 만큼 그는 이번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인터뷰 끝머리에 유명호 부장은 CCTV 카메라 분야는 비단 보안분야뿐만 아니라 화상 센싱 및 처리기술, 더 나아가 이번 지능형 감시·경계용 로봇 개발 프로젝트처럼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주요 기반기술이므로 국내업체들도 이에 확실히 대비해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한다. 이러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감이 실리는 이유는 그가 비단 국내 CCTV 카메라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었던 장본인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이보다는 국내에서 첫손에 손꼽히는 CCTV 전문가면서도 영상보안업계에서 가장 많은 CCTV 관련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고 또 만들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CCTV 기술 기초강좌.’ 기자의 책상에 꼽혀있는 이 자료를 만든 이도 바로 유명호 부장이다. 이런 그가 국내 영상보안업계에 있다는 것이 기자는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권 준 기자(joon@infothe.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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