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의 트래픽을 가로챘다? 고의 혹은 실수? | 2020.04.08 |
러시아의 국영 통신사인 로스텔레콤에서 벌어진 일...고의일수도, 실수일수도
BGP 기술 구조상 고의와 실수 분간하기 어려워...양자 컴퓨터 나오면 큰 사건 될 것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러시아의 국영 통신사인 로스텔레콤(Rostelecom)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클라우드플레어 등을 포함한 200여개의 조직에서부터 발생하는 트래픽을 러시아에 있는 자사 서버들로 우회시키는 일이 4월 1일에 발생했다. 사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 [이미지 = iclickart] 인터넷 트래픽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요소 중에 BGP라는 것이 있다. 경계 경로 프로토콜이라고도 하며, 외부 라우팅 프로토콜이라고도 한다. BGP는 인터넷 트래픽이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 제어한다. 특히 한 개의 자율 시스템(AS)에서 다른 AS를 거쳐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BGP다. 이 AS들에는 고유 번호가 지정되는데, 2020년 2월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 9만 4천여 개의 AS들이 존재한다. 트래픽이 갈 수 있는 경로가 무수히 많다는 건데, 이 중 가장 효율적인 걸 결정하는 게 BGP다. BGP가 활성화 되어 있는 장비들은 자신들이 어떤 경로로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광고한다. 즉 AS와 바로 인근의 AS끼리 라우팅 정보(경로 정보)가 공유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경로가 계산된다. 하지만 이 BGP라는 건 대단히 오래된 기술이다. 1989년에 처음 만들어졌으며, 94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보안이라는 것이 필요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다. 제로 트러스트가 아니라, 트러스트가 가득한 시대의 유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로 정보를 별 다른 점검 없이 그대로 수용한다. BGP 하이재킹 공격이 가능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BGP 장비를 통해 가짜 정보를 송출해 인터넷 전반에 퍼트리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다. 또한 실수로도 많이 발생한다. 단순 타이핑 실수로도 인터넷 트래픽 경로 정보 전체가 뒤바뀌기도 한다. 따라서 어디선가 인터넷 경로 변경이 일어났을 때 단순 실수인지 의도적인지 구분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러시아 통신사 사태가 실수인지 고의인지 알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로스텔레콤의 경우 2017년 주요 금융 기관들의 트래픽을 ‘실수로’ 가로챈 전적이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의심이 들게 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인터넷 라우팅 등록소(Internet Routing Registry, IRR)가 바로 그것이다. IRR이란 전 세계로 배포되는 경로 정보 데이터베이스다.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라우팅 정책과 정보를 IRR을 통해 공개한다. 이론적으로는 이 IRR이 있어 광고되고 있는 경로 정보가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로스텔레콤 하이재킹 사건 역시 IRR 데이터베이스와의 대조로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는데, 하필이면 사건이 터진 그날 2699개의 ‘경로 출처 허가(ROA)’ 기록이 삭제되었다. IRR을 관리하는 건 ‘유럽 IP 네트워크(RIPE)’라는 조직인데, 이 기록들에 대해 미리 정해진 규정에 의해 자동으로 삭제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들이 데이터 복구를 시도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아직까지 복구 소식은 없다. 만약 로스텔레콤 측에서 트래픽을 일부로 우회시켰다면, RIPE의 운영 상황을 미리 파악해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실수인지 고의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그러므로 의심만 계속해서 쌓이는, BGP 하이재킹 사건이 생기자 매너스(MANRS)라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라우팅 보안을 위한 상호 동의 규범(Mutually Agreed Norms for Routing Security)’의 준말로, 이론 상 전 세계 통신사와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이를 도입할 경우, 실수로 BGP 하이재킹 효과를 내는 건 불가능하게 된다. 물론 아직 매너스가 세계적으로 충분히 도입된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의 트래픽을 로스텔레콤의 서버로 우회시켰을 때 로스텔레콤이 얻어가는 이득은 무엇일까? 이런 서비스들의 트래픽은 암호화 되어 있기 때문에 내용을 들여다 볼 수도 없는데 말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을 좀 투자해 복호화 하는 것도 가능하고, 내용을 몰라도 메타데이터를 수집해 악의적으로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9개월 남은 미국 대선에 대비해 여론을 조작한다고 했을 때, 페이스북 트래픽의 메타데이터로도 충분한 공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암호화만을 믿고 BGP 하이재킹에 대처하지 않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가 곧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는 현존하는 암호화 알고리즘을 빠르게 무력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실수든 고의든, BGP 하이재킹이 심각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자체는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로스텔레콤은 내부 트래픽 최적화 시스템이 부정확한 경로 정보를 공공 인터넷으로 송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시 내부의 누군가가 한 일이 아니라 시스템이 자동으로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라는 것이다. 또한 IRR에서 삭제된 기록들과 우회된 트래픽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도 없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두 개의 사건이 우연히 겹친 것이지 누군가의 어두운 의도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그렇더라도 BGP 하이재킹이 발생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 BGP 하이재킹은 인터넷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실수든 아니든 말이다. 3줄 요약 1. 만우절에 주요 트래픽이 러시아 서버들로 우회되는 사건이 발생. 2. 실수일까, 고의일까? BGP 구조상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움. 3. 실수든 고의든, BGP 하이재킹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과제. Copyrighted 2015. UBM-Tech. 117153:0515BC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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