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역 사고 통해 본 공공시설의 CCTV 영상보관문제 | 2008.02.12 | ||
자체 규정은 무용지물, 통일된 기준 필요하다 “사돈댁 할머니가 영등포역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셔서 허리를 다쳐 수술을 하셨는데, 상해보험금이나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입증자료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영등포역 에스컬레이터 진입 부분에 설치된 CCTV 카메라에 찍힌 그 당시 영상자료를 볼 수 있는지 요구했더니 영상이 이미 삭제돼 없다고 하네요. 지하철역 같은 공공시설에서 CCTV 영상의 보관기간 등과 관련된 법률이나 규정은 없는 건가요?” 얼마 전 본지로 걸려온 전화문의 내용이었다. 이에 본지는 이러한 영상보관기간 문제가 향후에도 논란이 될 여지가 많을 것으로 판단해 본격적인 취재를 결정했다. 영상보관기간 규정, 법률엔 없고 관련지침에 명시
30일 동안 CCTV 영상을 보관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만이 어렴풋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아차! 싶어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과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까지 샅샅이 살펴봤음에도 불구하고 30일 동안 영상을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니 개정안 초안에서 영상 데이터를 30일 동안만 저장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가 최종 논의과정에서 그 내용이 빠졌던 것이다. 그럼 CCTV 영상의 보관기간을 규정한 법률안 또는 지침 등은 전혀 없는 것일까. 행정자치부 전자정부본부 개인정보보호팀에 문의해본 결과 행정자치부에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마련한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공공기관의 CCTV 설치·운영 지침’ 제13조(보유 및 삭제)에 관련조항이 마련돼 있었다. ‘CCTV에 의하여 수집된 화상정보는 규정에 명시한 보유기간이 만료한 즉시 삭제하여야 한다. 다만, 해당기관의 특성에 따라 보유목적의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기간을 산정하기 곤란한 때에는 보유기간을 화상정보의 수집 후 30일 이내로 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해당 공공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보유기간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되, 만약 자체 규정이 없을 경우 30일 이내라는 규정을 지키라는 말인 셈이다. 그러나 이 지침의 경우 법률안과 달리 법적인 구속력은 없고, 행자부에서 해당 공공기관에게 지침을 준수하도록 권고조치를 취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라는 게 행자부 개인정보보호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더욱이 이 규정 또한 개인정보보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30일 이내라는 애매한 표현을 쓰고 있었다. 행자부 개인정보보호팀 관계자는 “지하철역도 공공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당 지침을 지켜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법률안이 아닌 행자부 지침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지침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이어 그는 “향후 이와 관련된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공공기관, 관련지침이 있는지조차 몰라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이번 사건이 발생한 영등포역을 비롯한 많은 지하철역과 공공기관에서는 해당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었으며, 이런 규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례로 영등포역의 경우 CCTV에 촬영한 영상은 보통 6~7일 정도 보관한 후, 새로운 영상을 덮어쓰는 방식으로 지난 영상을 삭제하기 때문에 영상복원도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와 관련한 자체 규정도 마련해 놓지 않은 상황이었다. 영등포역의 통신부문 담당자는 “영상을 보관하는 서버가 부족한 상황이라 보통 일주일 보관하고, 삭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공공시설에서는 영상보관기간에 대한 자체 규정을 마련해야 하고, 만약 규정이 없을 경우 30일 동안 보관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영등포역의 또 다른 담당자는 “그렇지 않아도 영상자료를 요청하는 분이 있어서 자료를 찾아봤는데, 15일 전에 발생한 사고라고 말씀하셔서 영상을 찾을 수 없었다”며, “사고접수가 일찍 돼 해당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설사 우리 역의 직접적인 과실이 아니더라도 보상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본지에 문의했던 의뢰인의 경우 사고발생 후 15일이 지난 뒤, CCTV 영상 열람을 요청했기 때문에 그 영상은 이미 삭제된 다음이었던 것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져 허리수술까지 했던 할머니는 결국 사고접수가 늦었다는 이유로 사고당시 영상만 확보해도 받을 수 있었던 보험금과 보상금을 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관련규정에 대한 기자의 설명을 들은 의뢰인은 “사돈댁 할머니께서 아프신 데도 다치셨단 말씀을 안 하시고, 15일 동안 그냥 지내셔서 사고접수가 늦어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체 규정보단 가급적 30일 보관기간 준수토록 해야 이제부터라도 CCTV 영상보관기간 관련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고, 행자부 등 관련부처에서는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보관기간을 통일시키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차후에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공통된 기준에 의거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CCTV 영상에 대한 열람요청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어떤 공공기관에서는 한 달 이상 보관하고, 또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영상을 저장할 하드디스크 용량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일주일 또는 3~4일에 한 번씩 영상을 삭제해 버린다면 CCTV 영상 역시 개인정보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이들이 이를 수긍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앞으로 공공시설에 대해서는 30일 보관규정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30일 보관규정을 지키지 못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자체 규정을 마련해 이를 반드시 고지해야 할 것이다. 자체 규정에 우선순위를 두기보다 30일 보관규정에 초점을 맞춰야만 지침의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 역시 관련지침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정부와 공공기관의 실천의지를 지켜볼 참이다. [시큐리티월드 권 준 기자(info@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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