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인 인권 운동으로 보안 업계의 언어 습관에 변화의 바람이 인다 | 2020.07.29 |
블랙리스트를 차단 목록으로, 화이트리스트를 허용 목록으로
마스터, 슬레이브도 차별적 의미 담아...언어 습관의 변화가 문화 변혁 이끌어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해커들은 사회적 변화에 민감하고, 빠르게 수용하는 편이다. 최근 이런 해커들 사이에서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었다.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시위로 인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으로, 흔히 사용되는 용어들 중 차별적 요소가 있는 것들을 고쳐 쓰자는 내용이다. ![]() [이미지 = utoimage] 제일 처음 문제가 제기된 건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다. 그 다음은 ‘마스터’와 ‘슬레이브’가 지목됐다. 그러더니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스플렁크, 레드햇, 깃랩 등 꽤나 덩치가 큰 이 계통 플레이어들이 이러한 단어들을 다른 것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다음 시스코, 영국 NCSC 등도 동참의 뜻을 밝혔다. 사우스캘리포니아대학의 부교수인 크리스티나 던바헤스터(Christina Dunbar-Hester)는 “IT 업계가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에도 적잖은 영향력이 있다는 걸 인지한 것”이라며 “언어는 상징성이 크고 따라서 매우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힘이 좀처럼 구체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들 경찰의 권력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만, 언어 문제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죠.” 하지만 문서 상 나타나는 용어를 바꾸는 것과, 사람들의 일상 속에 깊숙하게 배어 있는 용어를 바꾼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블랙리스트’나 ‘슬레이브’와 같은 단어를 바꾸자는 이야기가 꽤나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좀처럼 실현되지 않은 것이다. IT 업계는 백인 남성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지난 3월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의 성별 봉급 격차는 17%, 영국에서는 19%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종에 따른 봉급 격차는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흑인들은 최소 46%에서 최대 91%나 적은 봉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지난 6월 조사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단어 몇 개’가 아니라 ‘실질적인 대우’라는 측면에서 먼저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지 않을까? 던바헤스터 교수는 “가시적인 성과 몇 개를 내놓는 것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고, 다른 더 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한 답을 더 이상 요구하지 못하도록 입막음 하게 된다”고 말한다. 비숍폭스(Bishop Fox)의 언어학자이자 수석 편집인인 브리안느 휴즈(Brianne Hughes)는 “언어를 바꾸면 회사나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의 ‘편견 없애기’에 더 효과적”이라며 “어차피 IT 현장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은 좀 더 뜻이 명확하고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매일처럼 쓰는 단어가 특정 뉘앙스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좀 더 분명하고 확실한 뜻으로 고쳐야죠. 누구나 사용하는 데 거부감이 들지 않아야 하고요.” 그러면서 휴즈는 ‘해킹’이라는 단어를 비숍폭스 내에서 쓰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다고 말한다. “‘남용’이라는 말도 쓰지 않습니다. 정확히 어떤 종류의 해킹 사고이며, 남용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뭘 지칭하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단어로 대체하죠. 좀더 명확하게 말하고 묘사하기 위해서 광범위한 뜻의 단어들을 하나씩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없애기 시작한 것입니다.” 던바헤스터 교수는 “언어의 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블랙리스트를 차단 목록(blocklist), 화이트리스트를 허용 목록(allowlist) 등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기술적 대화가 더 편하고 분명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그런 단어 하나의 차이로 직장 내 문화가 서서히 바뀌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우리 안에 쌓여가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부분을 만져줘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던바헤스터는 “만약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이라는 게 덜했다면 오히려 블랙리스트를 차단 목록으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있었어도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치부됐을 겁니다.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누군가 문제를 제기한다는 건, 그만큼 차별 문제가 만연하다는 뜻입니다. 단어 하나 가지고 문제를 삼는 게 ‘유별나다’는 취급을 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3줄 요약 1. blacklist, whitelest -> blocklist, allowlist 등 2. “사회가 좀 더 성숙했다면 이런 사소한 단어들을 문제 삼지 않았을 것” 3. IT의 기술 관련 용어는 뉘앙스가 아니라 분명한 사실에 기반해야 명확해짐.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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