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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쏘아올린 작은 공? 보안 연구 행위의 합법성, 도마 위에 오르다 2020.09.10

경찰 직위 이용해 자동차 번호 판매한 경찰관...해커와 같은 처벌 받을까?
그럴 경우 보안 전문가들의 독립적인 연구 행위도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어
시민 단체와 보안 업체들 들고 일어나...대법원에 항의 서한 보내기도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보안 전문가들과 디지털 인권 단체, 기술 기업들이 미국 대법원에 ‘법정의 친구 진술서’를 제출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온라인 서비스의 이용자 약권을 침해하는 것이 현행법 상 해킹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인지 결정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미지 = Pixabay]


이러한 서신이 발송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네이선 반 뷰렌 대 미국’ 사건 때문이다. 네이선 반 뷰렌(Nathan Van Buren)은 조지아 주의 경찰관으로, 2018년 5월 컴퓨터 사기 및 남용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정부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자동차 번호판 정보를 다운로드 받아 유료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해당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정당한 접근권이 있었으나, 그 목적이 수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불법적 접근’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검사들은 주장했다.

미국 대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보안 전문가들과 기술 기업들은 이 사건이 판례가 되어 ‘원래 목적에 맞는 접근만을 허용한다’는 규정이 수립되고, 따라서 보안 연구 및 취약점 조사가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염려하기 시작했다. 만약 반 뷰렌의 행위가 다른 법이 아니라 ‘컴퓨터 사기 및 남용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결이 난다면,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보안도 흔들릴 수 있다고 버그크라우드(Bugcrowd)의 CTO인 케이시 엘리스(Casey Ellis)는 주장한다.

“보안 연구에 있어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불법적인 접근’입니다. 목적에 합치하지 않는 모든 접근 행위가 ‘불법’이며, ‘컴퓨터 사기 및 남용법’을 어긴 것이 된다면 보안 전문가들은 사실상 할 일을 잃게 됩니다. 그렇다는 건 공격자들의 사이버 공격 행위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면서 엘리스는 “컴퓨터 사기 및 남용법은 ‘악성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 자기 소프트웨어를 보호하려는 회사들이 보안 연구원들을 고소하라고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보안 연구 행위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걱정하며 이번 진술서 제출에 참여한 단체는 다음과 같다.
1)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2) 민주주의기술센터(Center for Democracy and Technology)
3) 전자프런티어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4) 라피드7(Rapid7) - 보안 업체
5) 버그크라우드 - 버그바운티 플랫폼 운영 업체

반대편에 서 있는 조직들은 다음과 같다.
1) 연방사법집행관협회(Federal Law Enforcement Officers Association)
2) 관리운용펀드협회(Managed Funds Assocation, MFA)
3) 보아츠(Voatz) - 모바일 투표 기술 기업

MFA는 “보안 연구 행위를 지켜준다며 불법적 접근을 허용했다가는, 악성 직원들이 고객 정보나 금융 정보, 기밀 등을 훔치는 것도 법으로 막을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보아츠는 “보안 연구를 한다며 경쟁사를 음해하거나 기술의 발전을 저해시킬 수 있게 된다”는 입장이다. “보안 연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보안 위험에 관한 보고서의 속뜻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정말 순수하게 보안을 강화하려는 건지, 보안의 탈을 쓰고 비방하려고 하는 건지를 말이죠. 보안 연구라는 것이 왜 기업과 협업 형태로 이뤄질 수 없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술 기업들은 ‘컴퓨터 사기 및 남용법’의 광범위한 적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아틀라시안(Atlassian)과 브라우저 개발사인 모질라(Mozilla), 전자 상거래 플랫폼인 쇼피파이(Shopify) 등 굵직한 이름들이 이번에 제출된 진술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용자 약관에 명시된 대로만 움직여야 한다고 우리 스스로를 제한한다면, 그런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 해커들만 더 많은 것을 가져가게 됩니다. 해커들을 막으려면, 그들과 같은 수준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제조사와 개발사의 의도대로만 제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하지 않는 사용자들도 전부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용자들이 자기 돈을 주고 구입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자기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반 뷰렌의 혐의가 ‘컴퓨터 사기 및 남용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결이 나면 수많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고소할 수 있을 겁니다.” 엘리스의 설명이다.

4줄 요약
1. 미국의 한 경찰관이 수사용 DB에서 자동차 번호판 정보를 가져가 판매함.
2. 이것이 현재 ‘컴퓨터 사기 및 남용법’ 위반으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됨.
3. 그의 행위가 해당 법 위반이라면, 보안 전문가들의 연구 행위도 위반으로 규정될 가능성 커 보임.
4. 그래서 보안 전문가 및 디지털 인권 단체들이 항의 서신을 만들어 대법원에 보냄.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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