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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언의 목격자 CCTV에 국민 안전 맡겨라? 2008.04.02

“용의자의 행색 등을 미루어 정상으로 보기 힘들고 CCTV 확인 당시 납치 사건으로 보기 어려워 초기 집중수사를 벌이지 못했다.” (3월 31일 이기태 일산경찰서장)


“이 씨가 성폭력 목적으로 대화역에서 하차했다고 말했다. CCTV 자료상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장면 등 애초 진술과 다른 사실이 나오자 자백하기 시작했다.”(4월 1일 주정식 일산경찰서 형사과장)

 

불과 하루 만의 일이다. 똑같이 CCTV를 확인한 후 경찰의 판단이 180도로 바뀌었다. ‘우발적 범죄’에서 ‘계획된 범죄’로 말이다. CCTV 확인결과 범인은 40분 전 100여미터 떨어진 아파트에서 범행 대상 어린이를 물색했다는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란다.


최근 온 국민을 불안으로 몰고가는 범죄의 결정적 목격자에 CCTV가 등장한다. 이번 고양 초등생 납치미수사건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숭례문 방화범을 검거하는 데도 CCTV가 기여했다. 방화범의 거주지인 강화도에서 출발해 터미널에서 내리는 장면이 시외버스에 장착된 CCTV에 잡혔고, 범행을 위해 숭례문을 오가는 그의 행적도 교통감시 CCTV에 포착됐다.


이 때문인지 최근 발표되는 도시 안전 대책에 CCTV가 빠지지 않는다. 서울시는 각 기관에서 운영중인 CCTV를 ‘영상정보공유시스템’으로 구축하고, 스쿨존 및 학교내 취약지역에 700대의 CCTV를 2010년까지 2140대로 추가설치한다고 밝혔다. 대구시 교육청도 교내 필요한 곳에 CCTV를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CCTV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풀고, 범죄 해결과 예방에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CCTV의 천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설치된 CCTV가 56만 대에 이른다. 또한 경찰청은 현재 CCTV가 전국에 200만 개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3월 27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CCTV만도 3만 8821개에 이른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일반 직장인은 하루 평균 36회나 각종 CCTV에 노출된다고 하니 사생활 침해 논란이 빚어질 만하다.


문제는 ‘사람’이다.

똑같은 CCTV 화면을 보고 주민들은 납치하려고 했다는데 경찰은 단순 폭행이라고 우기지 않았던가. 고양 초등생 납치미수사건이 벌어진 날 어청수 경찰청은 ‘어린이 납치ㆍ성폭행 종합 치안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대책만 발표한다고 민생치안이 보장되지 않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예다. 어린이 대상 범죄를 가볍게 처리하는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더 큰 범죄를 낳고 있는 현실이다.

 

경찰이 집회ㆍ시위 강경대응을 위한 ‘체포전담반 신설’ 등 정치적 잡무에 동원될 시간에 ‘어린이 안전 대책반’을 신설해 진정 국민을 위한 민생치안의 근본대책을 세우는 게 더욱 절실하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대통령이 현장 경찰서를 일일이 방문할 수 없지 않는가.

[동성혜 기자(boan1@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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