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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옥션 회원정보, 보이스피싱 먹잇감 2008.04.18

어떤 날은 하루에 세 번이나 ‘그 놈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검찰청입니다.” “00백화점에서 카드 사용하셨죠.”

처음에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휴대폰을 끊었지만 나중에는 호기심이 발동해 “어떻게 제 번호를 아셨죠”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겪으면 겪을수록 지긋지긋한 보이스 피싱이다. 그래서인지 보이스 피싱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도 나를 위한 기사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최근 급증하는 보이스 피싱의 원인에 대해 기사를 썼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불안분위기, 기술적 문제 등 이런저런 분석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들지만 끊임없는 범죄시도 때문”이라는 해석도 했다. 처음에는 막연한 답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해외에서 유입되고 있는 악성 트래픽의 50%이상이 중국을 경유하고, 2008년 3월 유해 소통건수가 2121만건이라고 분석한 내용을 보면서 경찰청 관계자의 해석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킹을 통해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축적하고, 다시 이를 이용해 보이스 피싱을 했다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이스 피싱을 하는 범죄자 대부분이 중국이나 대만을 근거지로 하는 것도 뒷받침해준다. 더 심각한 것은 최근들어 일어나는 보이스 피싱이 불특정 다수가 아닌 개인정보를 알고 있는 범인이 대상을 정하고 공격하고 있어 기가막힐 노릇이다.  


17일 국내 최대 인터넷 거래 사이트인 옥션이 해킹에 의해 1081만명의 회원 개인정보를 도덕질 당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옥션 대란’으로 알려진 이 사건을 보면서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가지 아니다. 물론 해킹 피해 사례는 옥션뿐만 아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 ‘다음’, 증권사 ‘미래에셋’, 유명 온라인 게임들도 줄줄이 해킹당했다. 도둑질하려 마음먹고 뚫는데는 어쩔수 없다 하지만 정작 개인정보를 유출당한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악용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또 한차례 사후 대책에 대한 논의들이 이뤄질 것이다. 이번에는 제발 기업 차원의 보안대책은 물론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개인정보보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국회 어느 구석에인가 박혀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들먹이지 말자. 25일 열리는 17대 마지막 임시국회 때 진지하게 ‘개인정보보호법’ 통과를 시도하면 어떨까. 개인정보를 유출당하거나 유출한 기업에게는 강력한 제재를, 피해자인 소비자들에게는 최소한 피해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게 바로 ‘민생’이다.


기자도 옥션의 회원이다. 혹시 하루에 4~5번 신기록을 갱신하며 ‘그 놈 목소리’를 듣게 되는 건 아닐지 답답하다.

[동성혜 기자(boan1@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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