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안업무, 이제는 ┖전사적 보안┖ | 2005.12.04 | ||
기업 경영자들에게 ‘보안’을 고함!
여기서 그는 다름 아닌 BAT(British American Tobacco) Korea의 박찬석 보안담당 이사. BAT는 180개국에 진출해 있고, 전 세계에서 15.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에선 ‘Dunhill’, ‘FINESSE’ 등의 브랜드로 더욱 유명한 세계적인 담배회사로, 그는 지난 2002년 9월부터 BAT의 한국법인인 BAT Korea에서 보안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뜻밖의 전화 한통 박찬석 이사가 보안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사실 군대시절부터였다. 1983년 대학을 졸업하고 ROTC 21기로 육군 장교로 임관해 1999년 8월 소령으로 예편할 때까지 17여 년간을 현역으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안이 몸에 뱄다는 얘기다. 이 말에 기자도 일면 수긍이 갔다. 기자에게도 군대시절이 있었지만 사실 군대처럼 보안(?)이 철저한 데가 없질 않은가. 전화를 받을 때 제일 먼저 ‘통신보안‘을 외치고, 내무반 여기저기 ‘보안의 생활화’라는 표어가 붙어있던 곳이 바로 군대였으니까 말이다.
특히, 한미연합사와 합동참모본부에서 지상작전 및 위기조치 담당 장교로 근무하면서 보안업무의 ‘맛’을 서서히 알아가던 그는 1999년 뜻밖의 전화를 한통 받게 된다.
헤드헌터로부터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의 보안책임자로 일할 의향이 있느냐는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던 것. 군에서 근무할 때 장교영어반을 수석 졸업할 정도의 탁월한 영어실력으로, 미 육군보병고등군사반과 미 지휘참모대학으로 1년 8개월간 미국유학까지 다녀오는 등 한미연합작전 분야에서 엘리트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오던 그였기에 더욱 뜻밖이었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당시만 해도 군 생활을 그만둘 생각조차 안했던 때라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인생에 있어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들면서 미련 없이 군 생활을 그만둘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물음에 그는 모든 일에 결심이 빠른 편이였음에도 이를 결정하는 데는 며칠 밤낮을 샜다는 말로 그 당시 고민의 일단을 털어놓기도 했다.
‘코카콜라’와의 이별, 그리고 ‘Dunhill’과의 만남 결국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인 박찬석 이사는 1999년부터 한국코카콜라보틀링에서 보안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그가 고민 끝에 사회에서의 첫 직장으로 선택한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을 그만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곳에서 보안업무를 수행한지 2년 정도 지난 시점에 회사에서 사업을 축소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보안업무가 축소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더 이상 제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는 사회에 진출하면서 자신에게 이런 다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받는 연봉만큼 회사에 기여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그가 떠나고 한국코카콜라보틀링에는 보안부서가 아예 없어졌다는데…. 콜라의 ‘톡’ 쏘는 맛 하나로 전 세계 음료시장을 평정한 회사의 한국법인에서 보안부서를 없앴다는 게 기자로선 상당히 의외였다.
박찬석 이사는 영화를 보면서도 ┖보안┖의 관점에서 고민하는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을 지녔다. 그러나 이렇듯 언제 어디서나 ┖보안┖을 떠올리고 이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직업병의 소유자이기에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에서 보안전문가로 인정받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을 그만두고 난 후, KTF를 거쳐 현재의 BAT Korea로 옮겨오게 된 그는 회사에서 물리적 보안과 IT 보안을 포함하는 기본적인 보안업무 외에 사업의 연속성(Business Continuity)과 재난복구 계획수립 업무, 그리고 담배라는 제품의 특성상 밀수 또는 위조제품 유통에 대응하는 업무 등을 총괄하는 보안담당 이사직을 맡고 있다. 본사는 물론 전국의 영업지사와 2002년 완공된 경남 사천의 제조공장을 포함한 전사적인 보안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설명하는 수행업무 가운데 한 가지가 기자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업의 연속성?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업의 연속성이란 기업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데 있어 정상적인 비즈니스에 방해되는 요소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고 비즈니스가 원만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내기업에서는 이를 보안업무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보안 역시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해해야 하고 이를 위해 회사의 의사결정과정에 보안책임자를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의 대답은 어느새 보안업무의 역할로 옮겨갔다. 기업 경영자에게 ‘해야 할’ 말이 많은 사람 그는 기업의 보안업무를 ‘도전과 응전’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기업목표에 반하는 도전요소가 바뀌게 되면 이에 따라 응전하는 방법도 바뀌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현대사회에서는 기업보안에 영향을 미치는 도전요소 다시 말해 위협요소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다양해진 거죠. 여기에는 전쟁, 테러, 사회불안, 그리고 불법행위 등이 포함됩니다. 위협요소들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이 바로 보안업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이렇듯 현대기업에서의 복잡다단한 보안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그는 보안담당자들이 좀더 넓은 시야를 갖고 자신이 소속된 기업 전체를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보안업무의 영역과 역할은 보통 기업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경영진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그는 이러한 이유로 각 회사의 보안책임자는 CEO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어야 하고, 각 부서 책임자들과는 상시 협의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보안업무의 영역과 권한을 최종 결정하게 되는 기업 CEO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던 그는 불쑥 본지의 구독층과 발행부수를 묻는다. 갑자기 들어온 돌발적인(?) 질문에 적잖이 당황하던 기자에게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영자 가운데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이 말한 내용을 봤으면 좋겠다는 바램 때문이라고 말하는 그. 박찬석 이사는 이렇듯 자신이 수행하는 보안업무와 관련지식에 대해 충만한 자신감으로 넘쳐 있는 진짜 ‘프로’다.
“보안업무와 관련해 기업 경영자들에게 세 가지를 말해주고 싶네요. 보안은 Top-Down 비즈니스라는 것과 Short Term 비즈니스가 아닌 Long Term 비즈니스라는 것, 그리고 보안이 기업의 비즈니스에 통합될 수 있도록 참여적인 업무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죠.” 그의 말인즉슨, 보안담당자가 아무리 보안이 중요하다고 해도 CEO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지 않으면 기업보안이 절대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CEO가 보안업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부서를 만들거나 보안담당자를 채용했다면 그 사람을 전폭 지원해주고, 신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당장의 결과를 기대하지 말고, 투자대비효과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이익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안업무를 위해 1년에 1억원씩 투자했는데, 3년 후에 4억원의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면 그것은 분명 투자대비효과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말이다. 국내기업의 보안체계, 이렇게 갖춰라 국내기업은 ‘보안’하면 먼저 보안장비나 인력경비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기업에서 보안체계를 갖춰나가고자 할 때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박찬석 이사는 보안체계를 갖춰나갈 때 중요한 것은 업무의 순서를 정하고 이를 차질 없이 진행시키는 일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하는 일은 순서로 볼 때 처음이 아니고 마지막이라고 말한다.
이보다는 기업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자산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 대상이 정해졌으면 각 대상별 위협을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단계를 거쳐 분석된 위협에 대해 대응방법을 마련하는 순서로 보안업무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 다음이 경영진에게 보안강화대책을 설명해 이를 납득시키는 일로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는 그다. “이 과정에서 보안업무가 계속 추진되거나 중지되거나 하는 결정이 내려집니다. 기업의 보안수준은 보안책임자의 분석과 건의, CEO의 의도, 그리고 가용예산이 절충되는 선에서 이루어지거든요. 이 단계에서 보안책임자가 CEO를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어야만 기업의 보안대책이 강화될 수 있는 겁니다.”
여기서 그는 외국기업 또는 다국적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다 이상적인 형태의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따라서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을 단순 비교할 게 아니라 보안체계에 있어 선진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구분돼야 하고, 그 차이는 보안부서와 보안책임자를 기업경영에 있어 중요한 업무파트너로 보고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보안은 외롭고 고독한 것 1997년 한국코카콜라보틀링에 근무할 때 발생했던 19일간의 노조파업 당시 물리적 충돌 일보직전까지 가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경찰과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파업사태가 무사히 마무리된 일과 지난해 말 경찰·세관과의 합동작전으로 담배 위조제품의 밀수사건을 처리했던 일을 그간 보안업무를 수행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는 박찬석 이사.
인터뷰 끝머리에 그는 보안은 참 고독하고 외로운 분야라고 말한다. 국내에선 많은 사람들에게 그 중요성이나 역할이 아직 제대로 인식되어 있지 않기 때문. 이러한 고독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서비스 정신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이 결과에 대해 인내와 믿음을 가져야 하며, 항상 회사의 비즈니스와 연계해 생각해야 한다는 게 그가 강조하는 보안업무에 있어서의 기본원칙이다. 가족들과 함께 영화 보는 것을 즐긴다는 박찬석 이사. 얼마 전에 ‘트로이’라는 영화를 보고 트로이전쟁을 사전에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하고 ‘보안’의 관점에서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그도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을 지녔나보다. 그러나 이렇듯 언제 어디서나 ‘보안’을 떠올리고 이에 대해 끊임없는 연구하는 ‘직업병’의 소유자이기에, 그가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에서 보안전문가로 인정받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권 준 기자(joon@infothe.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
|
|